기자도 풍취를 즐길 겸 주말에 근처 공원을 찾았다가 생소한 현수막을 보게 됐다. 바로 ‘다람쥐 겨울양식, 도토리 남겨두세요’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이었다.
주민들이 다람쥐의 겨울양식인 도토리를 주워가 다람쥐들이 겨울에 굶어죽게 생길 처지에 놓여 관리소에서 달아 놓은 거였다.
그 문구를 보면서 다람쥐가 걱정되기도 하고 해운물류업계 기자로서 해운선사들의 겨울나기는 잘 준비하고 있나 걱정도 됐다.
최근 몇 달 동안 유럽, 미주 등의 전 항로에서 선사들이 운임인상을 내걸었지만 운임은 꾸준히 하락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9월 운임인상도 실패로 돌아갔다. 아시아-유럽항로 취항 선사들은 TEU당 400~500달러를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수요 약세로 실패를 맛봤다. 북미항로도 FEU당 4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시행키로 했지만 적용하지 못했다.
선사들은 지지부진했던 3분기를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4분기 실적 끌어올리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주춤했던 원양항로 해상운임으로 마진율이 낮았던 선사들은 하반기 막판 스퍼트를 내야할 시기에 직면했다.
특히 국적선사들은 더욱 긴장태세에 돌입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구주항로의 운임하락에도 매출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미주항로의 운임개선과 벙커C유 가격 하락으로 적자 손실 규모를 줄였으나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현재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지난 11일 발표한 상하이발 유럽항로 운임은(TEU)당 675달러, 미주항로는 (FEU)당 177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유럽항로 운임이 TEU당 1113달러, 미주항로가 FEU당 2592달러를 보였던 때보다 각각 438달러, 819달러 하락한 모습이다.
중남미항로는 TEU당 680달러로 1년 전 1938달러와 비교해 1258달러나 급감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선사들은 수송마진은커녕 수송비만 늘리고 있는 상태다. 지지부진한 운임인상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
속수무책으로 내려가는 운임을 잡기 위해 선사들은 초강수 운임회복에 나선다. 올해를 3개월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마지막 수익 끌어올리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유럽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오는 11월 GRI를 발표했다. 머스크라인과 현대상선, 에버그린은 11월1일자로 TEU당 950달러의 GRI를 계획하고 있다. CMA CGM은 TEU당 750달러, OOCL은 975달러의 운임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주항로 취항 선사들도 오는 11월15일부터 FEU당 400달러의 GRI를 준비 중이다. 미주항로의 경우 10월1일부 적용하지 못한 운임인상분을 연기해 시행하는 상황이지만 12월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한 수출화물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11월 운임인상에 거는 기대가 높다.
한편, 해상운임이 바닥까지 내려간 만큼 선사들 모두 운임인상을 강력히 시행할 방침이지만 떨어진 해상운임을 한 번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지난해 3, 4월 선사들은 500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유럽항로 운임을 단번에 800달러 인상했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당시 감속운항과 선복 축소 등의 노력이 빛을 바랐던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지만 올해도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윈터프로그램으로 선복감축에 나서며 공조에 나선다면 운임회복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선사들이 11월 운임인상에 ‘올인’해 성공할 경우 겨우내 비수기를 든든히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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