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벌크선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벌크선운임지수(BDI)가 2000포인트선을 넘어 2100포인트까지 뛰어올랐다. 벌크선 시장의 상승은 17만t(재화중량톤)급 케이프사이즈 선박이 주도하고 있다. 케이프 선박의 일일 평균 용선료는 3만8000달러대를 호가하고 있다. 지난 한 해 평균치가 7600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달 말엔 4만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케이프 선박시장의 호조는 중국발 철광석 수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브라질산 철광석을 대거 수입한 게 시황 상승의 가장 큰 이유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BDI 상승은 건화물선 시장 전반의 시황 개선과는 차이를 띠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한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유럽항로를 중심으로 운임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9월 말 상하이발 북유럽행 컨테이너 해상 운임은 765달러를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1000달러대가 무너진 뒤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의 500달러 붕괴 시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제가 느린 걸음이긴 하지만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만성적인 공급 과잉이 선사들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경쟁적인 초대형선 발주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에 컨테이너선 시장의 업황 개선은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세계 상위권 선사와 비교해 국내 선사들의 기초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국내 해운업계와 정부당국이 유념해야할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머스크라인이나 CMA CGM 등 세계 상위권 선사들은 가시적인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플러스성적표를 잇따라 발표했다. 머스크라인은 글로벌 선사 대부분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5억25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세계 3위의 CMA CGM도 지난해 6.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7%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상반기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하며 몇 년째 이어지는 적자 경영에 신음하고 있다.
부채비율에서도 우리나라 선사들은 외국선사에 크게 뒤처진다. 일본선사나 중국 선사들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모델 개발 또는 국영기업이란 강력한 무기를 배경으로 부채비율을 300% 이내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선사들은 주력선종 이외에 영업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선종다각화를 갖추지 못한 데다 자본력이나 정부의 지원이 취약해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특히 600~800%에 이르는 부채비율은 대내외적으로 신용불안의 원천이 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 해운보증기금 설립 유보 등 장기적인 정부지원책이 잇따라 삐걱대면서 불투명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해운업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머스크나 CMA CGM, 벌크부문 1위의 중국 코스코 등 유수의 외국선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로부터 직접대출 또는 지급보증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 해운업계가 미봉책에 의한 자금 지원으로 불황을 버텨낸다 하더라도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후일 수 있다는 신용평가사의 지적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과거 정부는 톤세제 도입과 선박펀드 도입 등 굵직굵직한 해운업 지원정책으로 해운산업이 세계 5위로 도약하는 데 디딤돌을 놨다. 다시금 정부당국의 거시적인 해운정책 도입이 필요한 때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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