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추운 날씨로 인해 해상항만이 발달해 있지 못하다.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나 북유럽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일부 항만이 상업항으로서 활성화돼 있는 형편이다. 열악한 항만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전체 대외교역의 80% 이상을 해운을 통해 처리하고 있는 해상물류국가다.
다만 러시아 등록 선박 대부분이 노후화돼 대대적인 선박 현대화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 조선소와의 협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코트라의 블라디보스토크 주한일 무역관은 ‘러시아 해상화물 운송 시장 속속들이 알아보기’라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해상물류시장 현황과 개선책에 대해서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모든 대형 운송 기업은 컨테이너 해상 운송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컨테이너를 이용하면 화물 운송, 보관 및 환적과 관련된 경비를 확실히 경감시키는 혼합 수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대형 허브항 역할을 할 수 있는 항만이 거의 없다. 대형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상 운송은 러시아 에너지 자원이나 기타 화물의 수출에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해상 운송은 러시아 대외 교역 및 경제 발전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러시아에는 아르한겔스크, 무르만스크, 비보르크, 비소츠크를 비롯한 100여개의 항구가 있으며 전체 러시아 물동량의 90%가 이들 항구에서 처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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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북부지역, 건화물 운송 90% 이상 차지
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러시아 해상화물운송업 시장의 규모는 2011년 277억루블(약 9억달러) 정도였고 2012년에는 전년 대비 1.2% 성장한 281억루블(약 9억3천만달러)을 기록했다. 해상화물운송시장에서 건화물의 비중은 전체 화물의 70% 이상이며 액체 화물은 대략 20% 미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기준으로 러시아의 건화물 해상운송시장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사할린주로 전체 시장의 23.4%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무르만스크주(22.9%), 상트페테르부르크(21.3%)가 뒤를 이었다. 2010년 이후부터 러시아 건화물 해상운송 대부분은 무르만스크주, 상트페트르부르크, 아르한겔스크주를 비롯한 북부 지역과 사할린주,연해주와 같은 극동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부 지역과 극동 지역이 건화물 해상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90% 이상이었다.
2011년 액체화물 해상운송업 시장 규모는 51억루블(약 1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2% 급성장했다. 2012년 액체화물 해상운송시장 규모 또한 전년대비 7.2% 성장한 55억루블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액체 화물이 최근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어 앞으로 전체 해상 화물 운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12년 기준으로 러시아 액체화물 해상운송시장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로스토프주로 전체 시장에서 50%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연해주가 각각 29.7%, 19.1%로 뒤를 이었다. 액체화물은 절대 다수가 로스토프주, 상트페테르부르크, 연해주를 통해 운송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어 향후 로스토프주를 통한 운송이 초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11년 기타화물 해상운송업 시장의 규모는 9억7000만루블(약 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26% 급성장했다. 2012년 액체화물 해상운송시장의 규모 또한 전년비 109%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억루블의 시장 규모를 형성했다.
한국기업과의 기술협력 통해 선박 현대화 이뤄야
러시아의 해상화물운송업 분야 고정 자본 투자 동향을 보면 2008년과 2009년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으며 2011년 한 차례 투자가 더 이뤄진 뒤 주춤하고 있다. 보고서는 고정 자본 투자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주로 선박 구매, 컨테이너 구매, 항만 개발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 러시아 정부와 기업들이 고정 자본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적정 투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해상화물운송 효율화와 현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상화물운송은 러시아 대외교역 화물의 75%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선사가 관리 운영 중인 선단 대부분은 외국 선박 명부에 등록돼 있다. 따라서 서류상으로는 러시아 해상화물운송처리는 외국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볼 수 있다. 또 러시아 선박의 평균 운용 기간은 25년인데 비해 현재 운용되는 선박의 85%가량이 법정 허용 사용 기한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법규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현재 내륙수로 운송 선단 선박 중 절반은 사용 승인이 취소돼야 한다. 이는 노후화된 선박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임을 보여 주는 수치이다.
해상화물운송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것에 비해 러시아의 해상운송산업 기반은 열악한 상태다. 최근 러시아 정부에서는 해상운송산업 현대화를 위한 항만 개발과 특수 선박 건조를 위한 조선소 건설 추진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단기간 내 산업 기반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낙후된 항만 개발을 위해서는 러시아 정부가 자체적으로 인프라 확대와 개선을 위한 정부 지출을 늘리고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도 적극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인프라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하고 투자 희망 외국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제도 조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선박 현대화도 러시아 국영 통합 조선소가 선박 건조를 총괄하고 있지만 기술 재정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주한일 무역관은 “러시아 정부는 외국 기업, 특히 조선업 세계 최강인 한국 기업과의 기술 투자 협력에 대해 적극적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고 밝혔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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