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의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취항하는 내빙유조선 <스테나폴라리스>호. |
북극항로 시범운항이 아시아-유럽간 해상운송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짧은 운송거리와 운항일수는 북극항로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해양수산부는 국적선사들의 북극항로 개척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15일(현지시각)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아시아간 에너지자원을 수송하는 상업용 시범운항을 갖는다. 현대글로비스는 시범운항에서 여천NCC(주)가 러시아 노바텍으로부터 수입하는 나프타 4만4000t을 수송할 예정이다.
시범운항엔 글로비스가 스웨덴 스테나해운으로부터 용선한 내빙 석유제품선 <스테나폴라리스>호가 투입된다. 선박 제원은 길이 183m, 폭 40m이며 최고속력은 시속 15.5노트(28.7km)다.
기존 유럽항로 비교 7천km 단축
이 선박은 러시아 우스트루가(Ust Luga)항에서 화물을 선적한 뒤 북극해를 통해 10월 중순께 국내 광양항으로 입항할 예정이다. 시범운항에선 국적선사의 북극해 운항절차·노하우 습득을 위해 국내 해기사와 전문가가 함께 승선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얼음에 견디는 내빙(耐氷)선을 보유한 국적선사는 한 곳도 없다. 해수부는 내빙선 확보를 위해 지난 7월9일 글로비스 스테나해운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북극항로 운항절차, 노하우 등 정보공유를 협력키로 한 바 있다.
북극항로(우스트루가항-광양항)는 운항거리가 1만5000km로, 수에즈운하 노선(2만2000km)에 비해 7000km나 짧다. 운항기간은 시속 12노트로 운항할 경우 수에즈운하 노선에 비해 10일가량 짧은 약 30일이 걸린다. 날씨가 좋아 선박 속도를 14노트로 올릴 경우 25일이면 주파 가능하다. 유빙 등으로 10노트로 운항하더라도 35일이 걸려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노선보다 빠르다.
러시아는 북극의 빙하 해빙에 맞춰 항로를 점차 연안에서 고위도쪽으로 이동해 거리를 단축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무르만스크에서 틱시, 딕손, 페벡 등 해안선을 따라 운항하던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외항으로 항로를 옮긴 신 노선을 개발했다. 최근 선박들은 새로 개발된 노선으로 운항을 하고 있다.(그림 참조)
러시아 쇄빙선이 호위를 하는 북극해 구간은 최소 4200km(신노선) 최대 5300km(구노선)다. 노선에 따라 최대 1100km나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러시아 정부는 나아가 항로거리를 더 줄인 대체노선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의 북극항로 시범운항 노선. |
해수부 전기정 해운물류국장은 “이번 시범운항은 지난 7월 범정부 차원의 북극 종합정책 추진계획에서 발표한 북극 비즈니스 모델발굴로 진행되는 첫 성과사업”이라고 평가하고 “국내 선·화주의 북극항로 활용관심을 높이고 진출을 앞당기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비감면 볼륨인센티브 등 지원책 풍성
해수부는 시범운항을 계기로 국내 기업의 북극항로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전방위 대책을 마련한다.
우선 13일과 15일 시범운항 축하리셉션과 취항식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우스트루가 현지에서 각각 여는 데 이어 북극항로의 지속적인 활용을 모색하는 협력회의를 17일 모스크바에서 갖는 등 한국선사의 북극항로 진출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협력회의엔 러시아 교통부 산하 북극항로관리청(NSRA)을 비롯해 원자력쇄빙선 회사인 로사톰플로트(Rosatomflot), 러시아 해양연구소(CNIIMF), 해양대학인 마카로프(Makarov)아카데미 등이 참석한다.
해수부는 또 해운선사 화주 항만공사 등이 참여하는 ‘북극항로 활성화 지원 협의체’를 구성해 북극항로의 상업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협의체는 북극항로 이용계획, 북극개발 등의 정보공유는 물론 북극해를 통해 운송 가능한 화물 발굴, 선·화주가 동반진출하는 신규노선 개발 등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는다.
북극지역의 해운·물류 인프라 사업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에 타당성 조사와 컨설팅을 지원하는 한편 북극항로 운항선원 양성을 위한 한-러 교육기관간 전문가 파견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직접적인 지원책으로 북극항로를 이용해 국내항만을 입출항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항만시설사용료 50% 감면과 볼륨인센티브를 내년부터 도입하는 계획도 수립됐다.
북극해 연안국과의 국제협력체제 강화에도 공을 들인다. 해수부는 이달 러시아를 시작으로 다음달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잇달아 해운회담을 여는 한편 11월엔 북극해 연안국가들과 ‘북극항로 활용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북극항로는 아직 개발초기로 운항기간이 연간 4개월 정도이고 내빙선박 확보, 적정한 화물 발굴 등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점차 북극항로 운항가능 기간이 늘어나고 북극자원개발사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어 향후 새로운 국제 해상수송루트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는 경우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국내 항만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조선·해양플랜트사업 등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며 “우리기업의 북극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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