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선 매각이 필수적이다. 매각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금으로 각종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데다 법정관리도 졸업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해운의 바람처럼 매각작업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1차 매각입찰에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앤컴퍼니가 막판에 인수포기를 선언함으로써 무산됐다. 지난 2월 한앤컴퍼니는 정밀실사 과정에서 1000억원대의 우발채무가 발견되자 인수를 포기했다.
매각이 불발된 대한해운은 자본전액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대한해운은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한 뒤 2차 매각작업을 진행해 이달 초 삼라마이더스(SM) 그룹 계열의 티케이케미칼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SM그룹은 경쟁자였던 폴라리스쉬핑 대림코퍼레이션을 회사채 인수가격에서 앞서며 대한해운 인수전에서 ‘V’를 그렸다. 당시 SM그룹과 폴라리스쉬핑 대림코퍼레이션은 입찰제안서에서 유상증자 규모를 다 같이 1650억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회사채 인수 금액에서 SM그룹은 500억원을 써낸 반면 폴라리스쉬핑은 475억원, 대림코퍼레이션은 300억원을 각각 제시해 등락이 갈렸다. 대한해운은 지난 9일 SM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M&A의 8부 능선을 넘어섰다. SM그룹은 이달 말까지 대한해운에 대한 정밀실사를 마친 뒤 9월 추석 전까지 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바로 인수조건 공지에 대한 불공정성 논란이다. 매각을 주관했던 삼일회계법인은 회사채 인수조건을 입찰 참여사에 안내하는 과정에서 폴라리스쉬핑과 대림코퍼레이션엔 회사채가 아닌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주식형 채권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전한 반면 SM그룹측엔 CB나 BW 인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급기야 25억원 차이로 입찰에서 탈락한 폴라리스쉬핑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에 대한해운 매각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함으로써 대한해운 인수전은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됐다. 대한해운의 회생채권과 DIP파이낸싱 상환 금액이 1650억원가량이라는 점에서 유상증자 규모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회사채 발행의 경우 BW 또는 CB 가능 여부가 금액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게 폴라리스의 생각이다. 3~5년물 분리형 BW를 인정할 경우 SM그룹은 1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다. 똑같은 조건으로 경쟁했을 때 폴라리스쉬핑이 SM그룹보다 더 많은 금액을 써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과 대한해운은 이 같은 의혹의 눈초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입찰 전에 유상증자와 회사채 인수를 동일하게 평가하기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였으며 입찰제안서가 들어온 그대로 평가했다”며 “SM그룹이란 곳은 LOI(인수의향서)를 받고 나서 처음 알았다”고 불공정 입찰 의혹을 일축했다. 삼일회계법인도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지 폴라리스쉬핑에서 의심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자세한 내막이야 어찌 됐건 대한해운은 매끄럽지 않은 매각 진행으로 세간의 이목을 사게 됐다. 특히 그동안 부실기업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SM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잡음이라 해운업계의 우려가 크다. 법원의 판단을 떠나 대한해운이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해운사로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다시 비상하기 위해선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M&A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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