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1 13:10

기자수첩/ 조선업의 경기 호전과 상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맥을 못 추던 조선경기가 올해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온 선박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동시에 선박 발주량과 수주량도 지난해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미 컨테이너선 등 일부 상선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가격은 소폭 오름세로 돌아섰다. 한때 저가 수주 경쟁에 나섰던 대형 조선사들은 이제 선별 수주에 나서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국내 대형조선사들의 2분기 실적도 낭보다. 국내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상반기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순항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연간목표량의 70%를 상반기에 달성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전체 목표치의 79% 58%를 이미 이뤘다. 대형조선사가 살아야 중소조선업계도 살 수 있어 이들 기업의 흑자성적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실적 발표는 기자에게 역시 기다려지는 소식이다. 실적 공시를 통한 기사화 작업도 중요하지만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라 남은 하반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를 출입하는 기자에게 조선 산업은 매력적인 업종 중 하나다. 우리 조선업이 세계 1위를 굳건히 차지하는 이유도 한 몫 하거니와 커다란 배가 바다에 운항되기까지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작업은 그야말로 광대하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1만8천TEU급의 초대형선의 크기는 축구장 4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축구장도 매우 큰 데 축구장이 4개나 들어간다니 그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바다에 떠다니는 모습은 흡사 우주선과 같다. 또한 선박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수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된다.

고난이도의 기술력은 물론 단번에 쌓을 수 없는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돈만 있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부가가치가 매우 큰 조선업은 우리나라 5대 수출산업 중 하나로 국가에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 또한 매우 크다.

가뭄의 단비와 같은 희소식을 전한 국내 조선업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중소 조선업계의 불황탈출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 중소 조선업계는 대형 조선업계와 경쟁이 가열되고 있어 수주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중소조선업계의 수주량은 전년에 비해 205% 증가세를 기록하며 수주가 원활했으나 아직 침체를 벗어난 상황은 아니다. 국내 중소 조선업계를 지원하는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정부는 중소 조선 특별기금을 조성해 이를 기반으로 보증서를 발행하고 R&D 자금을 활용해 중소 조선사 전담 엔지니어링 회사를 설립, 기술력 향상에 지원해야 한다고 조선업계는 지적한다. 또한 중소 조선업계는 앞으로 연비가 좋은 고효율 친환경 선박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특수선종에 집중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은 내리막을 달릴 때보다 오르막을 달릴 때 그 역량이 더 잘 드러난다”고 했다. 내리막을 달리던 조선업계가 현재 오르막을 오르기 직전이다.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사격은 말이 오르막에서 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촉매제다.

조금이라도 상황이 좋을 때 불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도 곳곳에서 들린다. 불황이 언제 시작될 것이라고 어느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 잘될 때 잘해야 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지 않길 기대해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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