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카페리선 시장은 이달 초 백령도-룽청(榮成) 신항로 개설 합의 소식으로 주목받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두운 분위기다. 항로 중단이나 주주사 변경, 선박 선령 문제, 여객 감소 등 좋은 뉴스보다는 나쁜 뉴스가 많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시장 침체의 한파가 이어지면서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중카페리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이 썩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분위기다. 5월까지 실적을 보면 화물은 제자리걸음을 보인 반면 여객은 18%나 감소했다. 여객 실적은 2010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여객 수송 실적의 부진은 양국 정부의 소무역상 규제가 근본원인이다. 올해 들어 여객수송실적에서 신장세를 보인 곳은 인천-단둥노선 한 곳에 불과했다. 소무역상 규제가 계속 이어지면서 선사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인천-톈진항로(진천국제객화항운)와 평택-르자오항로(일조국제훼리)의 중단은 한중 카페리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위동항운의 인천-웨이하이 항로와 함께 초창기 한중 카페리항로 발전의 디딤돌을 놨던 진천훼리의 잠정 휴항은 해운업계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휴항의 원인이 적자운항이나 선박 문제 등 경영상의 문제보다 수익분배를 놓고 야기된 양국 파트너간 갈등에서 빚어진 것이기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수익 창출, 한국에서의 비용 발생이란 한중 카페리항로의 구조적인 문제가 양국 갈등의 배경이 됐다. 현재 여객과 화물 실적 모두 한국발보다 중국발이 크게 높은 상황이다. 유사 사례가 다른 항로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진천훼리측은 지난 4월 운항중단에 들어가면서 7월까지 휴항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항로 재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평택-르자오항로는 5월 말 동방의 선박압류로 운항중단 사태를 맞았다. 그동안 여객 실적에선 빠른 성장세를 보여 온 터라 이 항로의 중단 소식은 자못 갑작스러웠다. 주주사인 동방이 선박 압류에 나선 것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밖에 평택-옌타이 항로 신설은 선박 문제에 가로막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이 한국측 주주사 명단은 하나로해운·메가쉬핑(52%) 장금상선(14%) 한중훼리(14%) 동방(14%) 임광개발(6%)로 재편됐다. 창명해운과 대아항운이 명단에서 빠진 대신 동방과 임광개발이 새롭게 참여했다. 지난달 중순께 자본금 500만달러를 투자해 운항사(연태발해국제윤도) 설립도 마쳤다.
하지만 선박 문제가 항로 신설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측에서 적격 선박으로 점찍은 <광양비츠>호가 선령 20년을 넘겼다는 게 문제다. 중국 정부는 선령 20년 규제를 들이대며 이 선박의 운항 불가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운항면허를 받은 지 1년이 넘어가면서 면허 취소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는 등 양국 파트너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선령 20년 문제는 한중 카페리 선사들이 개선해야 할 제도 1순위로 꼽는 숙원 과제다. 양국 선급의 선박검사를 모두 합격했음에도 단순한 선령 문제로 취항이 가로막힌다는 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진천훼리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가 확실한 제스처를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간 파트너십에 의한 사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파트너간 신뢰와 투명한 거래가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한다. 한쪽의 ‘몽니’로 다른 한쪽이 피해보는 일이 계속 빚어진다면 한중 합작사업은 순항하기 어렵다. 9월 열리는 한중해운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이들 문제에 대해 강한 입장을 피력하길 기대해본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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