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기선사들이 운임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원양 근해 할 것 없이 모두 떨어진 운임을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원양항로 중 북미항로에선 수출항로에서 20피트 컨테이너(TEU) 8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 1000달러의 인상 폭을 제시했다. 수입항로 인상 폭은 640달러 800달러였다. 유럽항로 취항 선사들은 수출운임을 600~700달러 올려 받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근해항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근해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한일항로 한중항로 동남아항로 모두 GRI(기본운임인상) 형태의 운임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동남아항로에서 지난 3월15일부로 TEU당 150달러, 한중항로에서 4월15일부터 50달러의 운임회복에 들어갔으며 한일항로에선 이달 15일부터 50달러 인상을 실시했다. 한 달 간격으로 근해 3대 항로에서 운임회복이 순차적으로 실시됐다. 특히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엔저 시대를 맞아 30달러의 통화할증료(CAF)도 도입키로 했다.
선사들의 운임회복 노력이 한창이지만 결과를 보면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5월10일자 상하이발 북미서안항로 운임은 1997달러(FEU), 북유럽항로 운임은 731달러(TEU)를 기록했다. 북미서안항로 운임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2000달러선이 무너졌다. 유럽항로 운임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700달러대로 추락했다. 유럽항로 운임은 선사들의 운임인상 러시가 ‘약발’을 제대로 받았던 지난해 5월 2000달러까지 올라갔었다. 1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근해항로 운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취항선사들에 따르면 한일 수출항로 운임은 200달러대가 붕괴됐으며 한일 수입항로 운임은 100달러대가 위험한 모습이다. 한중항로 운임은 그야 말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다. 선사들이 GRI를 도입하면서 100달러선까지 끌어올리자고 결의한 것에서 심각한 바닥운임 시황을 엿볼 수 있다.
한중수출항로 운임은 TEU당 50달러대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KTX 요금을 주고 우리나라에서 중국까지 화물을 실어보내는 셈이다. 물론 선사 또는 화주별로 운임수준이 다 다르긴 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운임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00년대 이후 2~4%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대표적인 생필품으로 분류되는 라면값은 2000년대 초반 500원이 채 안됐지만 현재엔 800원에 육박하고 있다. 10년새 라면 가격은 한번도 뒷걸음질 친 적 없다. 선사들의 채산성 지표인 선박 연료가격도 최근 몇 년 새 폭등해 t당 600달러대가 평균치가 돼버렸다.
하지만 선박운임은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과거 해상운임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한중항로 운임은 한 때 200달러 가까운 수준을 나타낸 적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나브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언젠가부터 마이너스운임이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운임형태까지 시장에 출현했다.
해운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운임이 움직이는 대표적인 완전경쟁 시장이다. 하지만 적정단가가 무너지고 공급자들이 수년 째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시장 구조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국내 양대 선사들은 올 1분기에도 수백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몇 년 째 적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근해선사들도 1분기에 흑자를 낸 곳이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서비스 제공자도 문제지만 자신들은 막대한 이윤을 내면서 비용절감이란 이유로 물류비 깎는 데 ‘올인’하는 손님들도 반성해야할 대목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