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 스프리트호는 예인선단간에는 자칫 대형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관제센터는 그날 05시 23분 예인 선단의 삼성T-5호와 삼호T-3호, 삼성A-1호에 일제히 무선 호출을 시도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세 배는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관제센터는 수소문 끝에 겨우 06시 20분께야 삼성T-5호의 선장과 휴대전화 통화에 성공했다.
첫 교신을 시도한 지 약 1시간 만이었다. 관제센터 측은 휴대전화 통화에서 “서쪽 방향으로 대형 유조선이 정박 중에 있으니 조심하라.”라는 경고 안내를 했다. 그리고 그 직후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에도 “예인선단이 파도에 휩쓸려오고 있어 충돌 위험이 있으니 배를 이동시켜라.”라고 전했다.
하지만 관제센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인선단은 계속 서쪽으로 떠밀려왔고 정박 중이던 허베이호는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관제실은 06시 30분부터 07시 사이에 재차 “이동하라.”라고 지시했으나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인선단이 통과하면 이동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허베이호는 예인선단이 유조선을 향해 그대로 돌격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또한 기상 악천후로 섣불리 이동하기보다는 예인선단의 운항 경로를 보아가며 이후 안전지대로 선박을 옮기려는 의도였다. 관제센터 역시 해상 현지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장들의 노련한 판단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관제센터와 허베이스피리트호측의 ‘설마’하는 안일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재앙을 부르고 말았다. 우측 예인을 맡고 있던 삼성T-5호와 크레인 부선 삼성1호를 연결해주던 와이어로프가 그만 끊어지고 만 것이다. 06시 52분이었다.
그토록 통신두절이던 예인선단측의 삼호T-3호는 그때서야 관제센터에 “통제 불능 상태이니 유조선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달라.”라는 다급한 신호를 보내왔다. 06시 56분께였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형 유조선이 몇 분 만에 움직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예인선이 끊겨 통제 불능이 된 크레인 부선은 파도에 떠밀려 그대로 그 육중한 선체가 유조선의 한 쪽을 강타했다. 정확히 07시 06분이었다.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양 선박의 충돌이 계속되었다. 충돌 속도는 4노트(7.4㎞/h)에 불과했지만, 삼성1호는 초대형 해상 크레인을 적재한 상태의 11,800톤급 강철선이었다. 충돌 순간 유조선 선체가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면서 1, 3, 5번 탱크에 구멍이 났었다.
정부에서 전문가 그룹과 전담조직을 만들어 적극 대응을 해 왔으나 아직도 유류오염으로 인한 피해와 그 보상문제는 끝을 맺지 못하고 있어 항만내의 예선이나 예인선의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교훈으로 보여준 실례라고 하겠다.
◇검수(檢數/Tally).검량(檢量/Measureing) 및 감정(鑑定/Survey Inspection) - ①
▲검수(Tally) 업무 / 화물이 송하주로부터 수하주에 인수되기까지는 아무리 완전한 포장의 화물이라 할지라도 운반도중에 외부 포장의 파손, 내장품의 변질, 감소, 손상, 도난 또는 망실 등의 사고는 물론 기타 과부족선적, 과부족양하, 착오로 인한 적하양하 혹은 하역중 해몰(海沒) 등의 사고가 발생한다. 따라서 완전한 수량의 인수도, 파손화물의 발견, 도난 또는 망실방지 등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요구되어 검수는 해운 육운에 있어서 하나의 불가결한 업무 그리고 이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검수원들은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필요한 기능의 습득이나 연마에 노력하여 자격요건을 갖추고 국가가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선적화물의 적재 도는 양하시에 현장에 입회해서 화물개수의 계산, 상태의 조사, 종류의 선별 등을 해서 수도(受渡)를 증명하는 검수사업에 종사하는 숙련가를 검수원이라고 한다. 물품갯수나 헤아리는 단순업무 같지만 상당히 단련된 기능과 예비지식이 필요한 은행출납 업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고도의 정확도를 요구한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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