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26 09:37

기자수첩/해양수산부 위상 ‘어떻게 하나’

해양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해양수산부가 5년만에 부활됐지만 현재까지 행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 중심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윤 장관의 학력이나 경력 등이 다른 장관들과 비교하면 비주류지만 도덕성에 흠집이 없고 연구원 출신의 해양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에 무난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파트 투기의혹 등 도덕적 결함이 제기됐고 무엇보다도 청문회 때 드러난 해양수산에 대한 전문성 부재가 부각되면서 실망감을 안겨줬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 항의하며 국회 업무보고를 거부했다.

파워있는 부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나 관료가 발탁돼 힘있게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윤 장관은 행정경험이 전혀 없고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소위 ‘재야인물’로 정치적인 힘도 없어 파이팅 넘치는 해양수산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진영 의원과 조윤선 대변인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이한구 대표는 윤 장관을 일컬어 ‘식물 장관’ 이라는 표현까지 썼을까?

해양수산부는 경제·산업적인 측면을 볼 때 역할은 절대 뒤지지 않지만 중앙정부에서 인식하고 있는 위상은 극히 낮은 편이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은 5월31일을 ‘바다의 날’로 제정하고 부산 신선대부두 앞에서 해양수산부를 신설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그해 8월8일 해양수산부가 발족됐다.

해양수산부 초대 장관에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7선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 신상우 의원이 발탁됐다. 2대 장관을 지낸 조정제 현 바다살리기국민운동본부 총재 역시 굵직한 요직을 거친 관료 출신의 인물로 초창기 해양수산부의 위상은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DJP공조로 집권한 김대중 정권 초기에는 해양수산부 장관 자리는 자민련계의 차지였다. 그러다 지역주의 타파에 도전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6대 장관에 임명되면서 해양수산부의 위상은 다시 높아졌다. 당시 노무현 장관은 해양수산 분야 비전문가였지만 취임식 당시 체신부가 정보화시대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로 거듭난 것처럼 해양수산부도 정통부만큼 각광받는 부처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의욕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했다.

해양수산부가 유일한 행정경험이었던 노무현 장관은 제16대 대통령이 된 뒤 힘있는 정치인이나 유능한 관료·전문가를 해양수산부 장관에 발탁시켜 해양수산부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해양수산부는 허성관 장관 같이 힘있는 정치인 출신이나 장승우·오거돈 장관처럼 유능한 관료가 수장을 맡았다. 구설수로 14일만에 단명한 최낙정 장관도 있었지만 그도 해운항만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와 건설교통부가 통합되면서 탄생된 국토해양부가 ‘4대강’에 올인하면서 해양수산 분야는 서자 취급을 받아왔다. 이후 박근혜정부 들어서 <해양수산부>호가 닻을 올렸지만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위상 제고를 위해선 우선 조직 안정화가 선결돼야 한다. 또 구체적이고 창조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 국민들의 신뢰와 공감을 얻어야 한다. 윤진숙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해양수산부 존폐 문제가 다시는 거론되지 않도록 조직과 정책 기능 건실화 노력에 집중하겠다”는 말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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