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항만들은 물동량 실적에 목매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5위, 동북아 최대의 환적항, 연간 1600만TEU 이상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슈퍼허브항만’을 내세우고 있다. 인천항은 2013년 계획으로 ‘인천항 개항 이래 최초로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200만TEU 돌파’라는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한다.
물동량이 항만 경영에서 중요한 수치기는 하지만, 지금 전 세계 항만들은 물동량에만 연연하지 않는다. 수년 전부터 해운강국이자 선진 항만으로 꼽히는 곳에서는 친환경 경영이 ‘유행’이 아니라 ‘당연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기자는 얼마 전 롱비치항만청장을 만났다. 청장이 들려준 롱비치항의 친환경 정책들은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우리에게는 아직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은 그린, 클린, 자연 친화 개념들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롱비치항은 40년간 45억달러를 투자해 항만을 재정비 할 예정이다. 예산의 대부분은 항만의 친환경화에 투입한다.
로테르담항과 시 당국, 지역통합환경관리기구 등은 로테르담기후구상(RCI)은 추진하고 있다. RCI는 바이오매스 사용, 산업배출열 낮추기 등으로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50% 감축하고자 한다.
특히 로테르담항에서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을 이용한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포획해 압축, 땅속이나 바다 밑 땅속에 저장해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또 일본 도쿄항은 컨테이너 크레인 전력회생장치, 하이브리드형 트랜스퍼크레인, 태양광 발전설비, 친환경 야드트랙터, 환경 인센티브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고 다른 일본의 항에서는 녹화계획, 경관 계획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부산항이 기후변화에 대응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모토 하에 2010년 5월 그린포트 구축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그 내용은 녹색항만 성장주도, 해양항만 환경개선, 항만과 도심 간의 조화로 나뉜다. 이와 관련, 부산항만공사는 지난 2011년 제시한 부산항 그린포트 구축 종합계획 수립 용역 보고서를 제시했다.
하지만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건, 2011년 보고서를 발표할 때를 기준으로 해도 벌써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부산항만공사나 관련 기관들 사이에 어떤 ‘논의’가 이뤄졌느냐다. 현재 진행 중이어야 할 1단계 액션플랜 중 일부는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
2015년부터는 규모도 더 커지고 추진하는 내용의 가짓수도 많아진다. 그렇다면 아직도 관련기관들의 소통이 지지부진한데 어떤 식으로 ‘액션’을 취할 지 의문이다.
한편 인천항은 상황이 심각하기 짝이 없다. 친환경 정책을 펴기는커녕 눈에 버젓이 보이는 환경오염의 주범도 못 본 체 하고 있다. 현재 8부두는 인근 주민들의 호흡기 건강 악화의 근원이자 8부두가 소재한 인천 중구청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인천 중구청 앞에서 시위도 벌였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알파라이너가 발표한 2012년 컨테이너 처리량 기준 전 세계 상위 25개 항만을 살펴보면 부산항은 5위를 차지했다. 부산항 위에는 중국, 싱가포르, 홍콩만 있다. LA/롱비치항은 9위, 로테르담항은 12위에 위치해 있고 도쿄항은 순위권 밖이다.
과연 물동량 처리 순위와 선진화·세계화의 순위가 일치하는지 의문이다. 진정한 동북아의 허브항이자 허브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 더 고차원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선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 김보람 기자 brkim@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