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경영권 지분 매각에 반년 이상 공을 들였던 CJ그룹이 본 입찰을 앞두고 인수 의지를 접은 이유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CJ는 물류 계열사인 대한통운과 해운업 사이의 시너지를 예상하고 거래에 뛰어들었지만 내외부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2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CJ는 계열사 CJ GLS를 통해 인수를 검토했던 대한해운 거래를 전날 21일에 포기하기로 했다. CJ GLS는 직전까지 삼일PwC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인수 의지를 높였지만 거래 막판에 "기업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고, 대한해운에 해결되지 않은 채무가 있다"는 이유로 입찰을 고사했다.
시장에서는 CJ의 포기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포스코 거래 관계사에 대한 CJ의 한계점이 또 한 번 노출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CJ가 포스코의 화물 매출이 중심인 대한해운 인수에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CJ는 대한해운 인수를 검토하면서 자문사 삼일PwC를 통해 포스코 의존도(Dependency)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포스코가 대한해운에 주는 석탄이나 철광석 등의 철강 원자재 화물을 거둘 경우 이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예상하는데 실사의 중점을 둔 것이다.
CJ가 포스코를 과도히 의식한 이유는 과거의 악연 때문이다. CJ와 포스코는 지난 2011년 대한통운 인수를 두고 맞붙었다. 당초 포스코는 대한통운을 사적거래(Private deal) 방식으로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인수하려했지만 계획은 몇 가지 이유로 어그러졌고, 공적 매각(Public deal) 형식으로 다시 진행된 거래에서는 CJ의 공격적인 베팅에 뼈아픈 패배를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는 삼성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묘안을 마련했지만 CJ가 대한통운 인수가로 주당 21만5000원(총 2조2000억 원)을 제시한 것에 밀렸다. 포스코 컨소시엄의 제안액은 주당 19만1500원으로 입찰 직후에는 가격에서 졌다는 자성이 먼저 나왔다. 그러나 CJ는 우선협상자 지위를 차지하고 나선 이후 인수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가격을 당초 제안액보다 10% 가량 할인했고, 이를 지켜본 포스코는 내부적으로 소송까지 검토하면서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당시 포스코 관계자들은 "정준양 회장의 제지가 아니었다면 반드시 소송을 해서 시시비비를 가렸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CJ와 포스코 사이에 내재된 갈등은 시간이 흘러 지난해 초 광양선박 매각 거래에서 다시 나타났다. 대한통운을 품은 CJ는 물류업을 강화하기 위해 광양선박 거래가 시작되자 공격적인 인수의지를 갖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광양선박은 회생절차를 신청한 대한해운의 자회사로, 우량 자산 매각을 통한 법정관리 조기종결을 위해 법원 주도 하에 매각이 진행됐다.
CJ는 대한통운을 내세워 광양선박 본 입찰에 참여했고, 첫 번째 라운드에서 라이벌이었던 조선내화, 동방, 현대상선, 한진, 유성티엔에스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자에 내정됐다. 그러나 그 이후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광양선박의 최대 거래처였던 포스코가 매각 이후에 화주로서 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이른바 엄포를 언론을 통해 공공연히 내놓았고, CJ는 최고 입찰가격인 620억 원을 제시하고도 거래를 포기하고 말았다. CJ가 의지를 접은 이 우량 회사는 결국 500억 원의 인수금을 제시한 기존 포스코 거래 관계사, 동방이 차지했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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