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초 많은 해운물류 연구기관들과 전문가들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의 불황에서 벗어나 시황 반등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해운물류업계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해운물류업 종사자 19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013년 시황에 대한 전망 및 새 정부의 해운물류 정책에 대한 인식에 대해 살펴봤다.
●●●2012년 해운물류시장은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올해 해운물류시장이 호전됐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6%가 ‘불황이 더 심해졌다’고 했고 32%가 ‘전년과 비슷하다’고 답해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차갑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반면 ‘현저히 호전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2%에 그쳤다.
종사자들이 몸담고 있는 업체의 실적을 묻는 질문에는 ‘흑자가 대폭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44%, ‘적자가 지속됐다’가 34%를 차지했다. ‘흑자전환 또는 대폭 신장’은 22%에 불과해 2012년 해운물류업체들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운경기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내후년인 ‘2014년’이 38%로 가장 많았고, ‘2013년 하반기’가 29%, ‘2015년 이후’가 25%를 차지해 당분간은 시황이 반등하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상반기’라고 말한 응답자는 전체의 8%에 불과했다.
올해 벌크선업계 “가장 힘들었다”
2012년 가장 어려웠던 해운물류업종에는 ‘벌크선업계’가 55%로 가장 많았고, 컨테이너선업계, 국제물류주선업계, 항만물류업계가 각각 20% 19% 6% 순으로 집계됐다.
2012년 정기선 항로 중 가장 호조를 보인 항로를 묻는 질문에 36%가 ‘아시아역내항로’가 가장 시황이 좋았다고 답했다.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로 직격탄을 받아 선복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 빠른 회복세를 보인 동남아항로나 실링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한일항로 등이 선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어 중동항로 22%, 중남미항로와 북미항로가 각각 19%, 17%를 기록했고, 구주항로와 아프리카항로는 각각 3%로 구주항로가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 시황 개선이 가장 기대되는 해운 시장에 대해서는 46%가 ‘컨테이너선’이라고 말했고 ‘유조선’은 34%, ‘벌크선’은 20%의 응답률을 보여 2013년에도 벌크선 시황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2013년 해운시장의 최대 현안을 묻는 질문엔 ‘물동량 하락’(52%)을 제일 큰 문제라고 인식했고 이어 선복과잉(29%), 유가상승(19%) 순이었다. ‘온실가스배출규제’는 한명도 응답하지 않았다.
2013년 벌크선운임지수(BDI)의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률이 62%로 가장 많았고 ‘올해보다 더 하락할 것’이 25%로 뒤를 이었고 ‘1500포인트 이상’은 13%를 차지해 벌크선시장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불황극복을 위해 응답자들의 회사에서 취한 가장 많은 전략에는 ‘비용 절감 등 보수적인 운영’(77%)이었고, ‘과감한 구조조정’과 ‘공격적 투자’가 각각 15%와 8%로 뒤를 이었다.
정부, 선사 유동성 지원 절실
정부의 선사 대상 유동성 지원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선별적으로 필요하다’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고, ‘매우 필요’가 35%로 필요하다는 응답이 전체 94%를 차지해 선사 유동성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필요없다’는 6%에 불과했다.
해운물류단체들과 해운물류기업들간의 윈윈이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미미하다’가 81%, ‘전혀 안된다’가 11%로 집계돼 상호간의 협력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하다’ 5%, ‘매우 그렇다’ 3%로 나타났다. 2년전 본지 40주년 특집 설문조사 당시와 비교했을때 별 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해운물류단체와 기업들간의 교류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해석됐다.
박근혜 당선자는 해양수산부 부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은 ‘통합해양행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와 ‘물류통합기능을 전제로 찬성’이 45%씩 동률을 이뤄 해양수산부 부활을 찬성했다. 현재의 국토해양부 체제 선호는 10%로 나타나 많은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은 해양수산부 부활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해양수산부의 업무 범위 설정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할 사항으로 ‘통합물류기능’이 73%를 차지해 해운-물류와 관련된 기능들이 통합적으로 구축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양수산에 조선과 기후 보강’이 21%를 차지했고, ‘현 국토해양부로 충분하다’(6%)는 의견도 있었다.
해양수산부 부활시 ‘부산’ 선호 제일 높아
해양수산부 부활이 이뤄지면 어느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이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 도시인 ‘부산’을 희망했다. ‘서울 등 수도권’은 32%, 최근 국토해양부가 이전한 ‘세종시’는 18%였다.
해양수산부 부활이 아닌 물류일원화를 위한 해양운수부 성격의 부처 신설에 대한 견해에는 ‘해양수산부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49%, ‘찬성한다’가 45%를 차지한 반면 ‘현 체제를 선호한다’는 의견은 6%에 불과했다.
많은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은 이명박정부의 해양수산부 폐지로 인한 해운분야의 기능 약화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박근혜 새 정부의 해양수산부 또는 동일 성격의 부처 신설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물류산업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영향을 묻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건전한 물류성장을 저해한다’(88%)고 답해 물류업계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8%는 ‘물류산업의 글로벌화 촉진’이라고 답해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고, ‘큰 영향 없다’(4%)라는 의견도 있었다.
2013년부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에 대한 기대효과에 대해 ‘효과가 미미해 물량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73%를 차지해 철저하게 물량 규제를 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효과가 클 것’은 19%, ‘시장 기능을 해친다’는 8%를 기록했다.
부산 감만·신감만부두 통합으로 기대되는 효과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5%가 ‘부두운영사 경쟁력 강화’를 선택한 반면 28%는 ‘큰 효과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응답자의 17%는 ‘하역료 덤핑 개선’을 언급했다.
경인아라뱃길 물류기능 아직 미흡… 대책 고심해야
경인아라뱃길의 물류기능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70%가 ‘물류효과 없다’고 답해 경인아라뱃길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화 방안에 ‘인근항만 복수기항’과 ‘인센티브 강화’ 등이 각각 16%와 14%를 차지했다.
해운부대업체의 등록갱신제가 도입되면서 등록갱신 업무는 어디서 맡는 게 좋을지에 대한 질문에 ‘소관부처’가 63%, ‘관련협회에서 위탁업무’가 25%, ‘연구소 등 제3의 기관’이 12% 순으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토해양부가 세종시로 이주를 마치고 나서 업무에 애로사항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팽팽한 모습을 보였다. ‘없다’가 51%를 차지했으며 ‘다소 있다’와 ‘많다’가 각각 26% 23%를 차지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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