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한 해 호주항로의 컨테이너 해상운송 상황을 바다에 비유하자면 풍파 없이 잔잔했지만 해수면 수위는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호주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년 내내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작년 호주항로에서의 물동량은 20%에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협의협정(AADA)에 따르면 2011년 한국발 호주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약 7만7천TEU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6만5천TEU에 비해 17.2%나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저 작년에서 현상유지를 할 뿐이었다.
CKD 물동량 증가가 지난해 호주항로의 물동량 성장을 견인했었다. 하지만 올해엔 CKD 물량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호주항로를 좌지우지하는 물동량의 중심축이 흔들렸다.
물동량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호주항로 취항 선사들끼리 선복 조정에 돌입해도 한국 평균 소석률은 6~70%에 머물 뿐이었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호주항로 소석률은 95%에 달하는데 비하면 한국의 수요-공급의 균형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호주항로는 예전부터 개발이 완료된 항로로 여겨지기 때문에 타 항로처럼 1만TEU급 ‘메가 컨테이너선박’이 투입되지 않는데도 이렇게 수급 밸런스가 맞지 않으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선사들도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장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인지했다. 경쟁보다는 뜻을 모아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것. 이에 AADA 선사들은 2~4월에는 운임 인상 성공을 맛봤다.
호주항로에서 가장 이상적인 운임은 1400~1500달러다. 유가가 인상되면 이보다 더 높게 책정된다. 호주항로에서는 유류할증료(BAF)가 운임에 녹아있는 형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중순부터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던 운임이 이제는 그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600~800달러에 머물고 있다.
평균 운임을 좀먹는 주원인인 제지의 경우 그보다 하회하는 경우가 다반사니 호주항로 취항 선사들은 영업을 유지하기가 점점 벅차진다.
AADA 측은 희망 운임 가이드라인으로 1250달러를 제시했고, 이를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수개월 만에 900달러를 넘어 1천달러 운임의 고지를 넘어섰다.
이 같은 운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은 아니지만 선사들 사이에서 희망적인 분위기가 오갔고 시황 회복의 기대감까지 비춰졌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운임 상황이 나아졌다 싶으니 꺼졌던 선사들은 경쟁 불씨가 살아났다. 여기에 운임인상 공고는 거의 매달 떠오르다시피 하니 화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선사 관계자조차도 “너무 잦은 운임 인상은 화주들로 하여금 낮은 운임의 심각성과 운임인상의 필요성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고 언급할 만큼 다소 지나치다.
따라서 화주들의 운임 인상에 대한 반발로 비수기 프로그램의 막바지인 6~7월의 운임은 맥을 못 췄다. 특히 남중국 측 화주들의 반발은 특히 더 거셌다고.
한편 계속해서 오르기만 하던 국제 유가도 하락세를 타 7월 말에는 유류할증료 인하도 이뤄졌다. 하지만 유류할증료 부문에서 숨통이 트인 만큼 선사들의 경쟁 의지도 타올라 결국 운임 인상이 좌절되는 데 한 몫 했다.
이래저래 하향평준화 된 상태로 유지되는 호주항로였지만 AADA 측은 올해 장사가 나름대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비수기 프로그램 가동 전 후로 운임 등락이 눈에 띄고, 전 세계 해운 시황이 엉망인 상황을 비춰 봤을 때 호주항로는 선방했다는 것이다.
특히 호주 전반의 경제상황과 호주항로의 동향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호주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나쁘지 않은 경제 성장 성적을 기록했지만 향후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점에서다.
최근 호주 재무부는 2012~2013 회계연도에 당초 목표했던 11억호주달러의 흑자재정을 달성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하락, 수출 감소, 기업투자와 소비지출 위축 등으로 인해 세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또 호주 통계청은 3분기 이후 호주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0.6% 증가’를 전망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더해 호주중앙은행(RBA)는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로 인하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로 꼽힌다. 호주달러의 강세, 가계 부채 급증, 불안한 세계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RBA 측은 지속 성장과 인플레이션 촉진을 위해 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호주 경제는 최악도 아니지만 좋다고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 상황과 호주항로의 모습이 닮은꼴이라면 선사들은 내년에 좀 더 힘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의 2013년도 GDP 성장률 전망치는 2.8%로 제시됐다. 올해보다도 더 낮은 것이다. 해운 시황역시 내년이라고 나을 것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호주항로 취항 선사들은 불황 타개의 방법을 하루 빨리 강구해야 한다. < 김보람 기자 br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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