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한 해 해운 시장은 깊은 불황의 그늘을 경험해야 했다. 물동량 수요는 실종됐으며 운임은 바닥을 맴돌았다. 선사들은 올해 흑자전환을 지상과제로 삼았으나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적자의 늪을 빠져나오긴 힘들 전망이다.
특히 벌크선 시장은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2008~2009년의 해운불황보다 올해가 더욱 침체 양상을 보였다는 게 전반적인 해운계 종사자들의 평가다.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2월 초 647로 사상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이렇다 할 상승탄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1000포인트 아래를 맴돌다 12월24일 699포인트로 마감했다.
1월 초와 4~5월, 7월, 10월 하순, 11 중순~12월 초에만 잠시 BDI가 1000포인트를 웃돌았을 뿐이다. 올해 전체 240영업일 중 79일에 불과하다. 올해 3분의 2를 1000포인트 아래에서 BDI가 움직인 셈이다.
이로써 올해 평균 BDI는 921을 기록했다. 1999년 이후 BDI가 1천포인트를 넘기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연평균 BDI는 2009년 2558에서 2010년 2736으로 소폭 상승했다가 지난해 1549로 크게 떨어졌으며 올해엔 1000포인트도 넘지 못하는 심각한 불황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폐업한 선사는 50여개사에 이르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곳도 11곳에 이른다.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선사들도 올해 들어 무더기로 파산 수순을 밟고 있다. 2월 말 씨와이즈라인을 시작으로, 삼호해운 월천통상해운 세림오션쉬핑 티피씨코리아 등이 줄줄이 법정관리 폐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11곳의 선사 중 삼선로직스 대우로지스틱스 등 조기 졸업한 2곳과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대한해운 봉신 2곳 등을 뺀 7곳이 모두 폐지되는 참담한 상황에 이르렀다. 또 지난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이 법원에 인수합병(M&A)을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국내 1위 벌크선사인 STX팬오션도 STX그룹의 구조조정 전략에 의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STX팬오션은 법정관리 졸업 후 STX그룹에 인수된 지 8년 만에 다시 새주인을 찾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두 대형선사의 인수후보로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CJ 등이 꼽히고 있다.
컨테이너시장은 벌크선에 비해 다소 나은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컨테이너선사들은 올해 초 진행한 합종연횡과 선복감축, 감속운항(슬로스티밍) 계선 등의 자구적인 노력에 힘입어 3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4분기에 다시 시황이 고꾸라진 데다 1분기에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낸 탓에 연간 실적은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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