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사들에게 11월은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또 한 번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사들은 11월1일부터 유럽항로에서 운임회복을 벼르고 있다. 이번 운임회복의 성공여부에 따라 선사들의 올해 성적표도 판가름 날 것으로 점쳐진다. 선사들이 11월 운임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유럽항로 운임 1000弗대 ‘흔들’
컨테이너선사들에게 3분기는 유럽과 미주 노선에서 희비가 엇갈린 시기였다. 북미항로는 그나마 성수기다운 모습을 보였으나 유럽항로는 2분기에 비해 하락한 운임으로 채산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2분기 운임회복의 단맛을 봤던 선사들은 올 한 해 흑자전환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기도 했으나 유럽항로의 성수기 불발로 그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 돼 버리고 말았다.
반짝했던 유럽항로 운임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건 무엇보다 물량 약세의 영향이 크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아시아-유럽항로 수출 물동량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1~7월 동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796만2000TEU로, 1년 전의 817만9000TEU에 비해 2.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실적에서 상승곡선을 그린 달은 2월 한 달에 불과할 정도로 올해 들어 유럽항로의 물동량 성적은 부진한 편이다. 2월 물동량은 91만1000TEU을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84만8000TEU에 견줘 7.5%의 성장률을 보였다. 비수기임에도 비교적 선전한 2월 물동량의 호성적을 기반으로 선사들은 3월1일 GRI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후 물동량은 계속 하락세를 탔으며 성수기 들어선 하락 폭이 더욱 커져 선사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성수기의 길목인 6월(112만2000TEU)에 -3.7%의 감소율을 보인 데 이어 7월엔 115만3000TEU로 1년 전의 130만1000TEU에 비해 11.4%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7월 실적은 5월 실적보다도 못해 성수기를 무색하게 했다.
머스크라인은 올 한 해 아시아-유럽항로 물동량이 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적선사 한 관계자는 “8월엔 휴가철의 영향으로 물량이 약세를 띠었으며 9월에도 (중국) 국경절 전 밀어내기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며 “국경절이 끝났지만 여전히 물량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 결과 운임도 크게 떨어졌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10월12일자 상하이-북유럽 운임은 1113달러까지 하락했다. 상하이-지중해 운임도 1130달러로 내림세가 이어졌다. 2달여 전만 하더라도 1700달러대를 오르내리던 운임이었다.
유럽항로는 성수기 운임담금질에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 접어들어 운임은 급락했다. 2분기에 잇따른 운임회복 프로그램으로 유럽항로 운임을 2000달러 가까이 올려놨던 선사들은 7월 이후 유럽 지역의 수요 부진이 본격화하자 운임 단속에 실패하고 말았다. 잇달아 도입을 발표했던 기본운임인상(GRI)이나 성수기할증료(PSS) 등도 시황 하락에 발목이 잡혀 유야무야됐다.
상하이-북유럽항로 3분기 평균 운임은 1491달러로 2분기에 비해 250달러 하락했다. 상하이-지중해 운임은 하락 폭이 더 컸다. 2분기엔 북유럽항로보다 운임수준이 높았다가 3분기엔 하락속도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3분기 평균 지중해항로 운임은 1483달러로 2분기의 1833달러에서 350달러 급락했다. 주력항로에서 그것도 운임회복에 박차를 가해야할 성수기에 두 자릿수로 물동량이 뒷걸음질 치면서 선사들은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선사 한 관계자는 “일반 포워더(국제물류주선인) 운임은 (TEU당) 1100달러대이지만 일부 대형 포워더의 경우 1000달러가 붕괴된 운임도 포착되고 있다”며 “선사들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 운임수준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유럽항로 운임은 500달러 이하까지 하락하며 선사들을 적자의 구렁텅이로 내몬 바 있다.
유럽항로의 부진으로 한진해운의 3분기 재무제표는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HMC투자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한진해운의 3분기 영업이익을 1672억원으로 추정했다. “한진해운의 전체 평균 운임은 전년동기 대비 14.3% 상승했지만 유럽 노선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수송량이 약세를 보여 이익 개선이 제한적이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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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항로 성수기 ‘방긋’…물량 늘고 운임올라
아시아-북미항로는 비교적 성수기 효과를 향유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동량도 계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며 선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미국 해운조사기관인 피어스(Piers)에 따르면 1~7월 아시아-미국 수출물동량은 771만3000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성장했다. 이 항로 월간 물동량은 2월 한 달만 -9.9%의 역신장을 했을 뿐 모두 플러스 성적표를 찍었다. 특히 운임회복 노력이 한창이던 3월에 9.1%의 성장곡선을 그린 뒤 7월에도 8.3%의 성장 폭을 보여 선사들의 PSS 도입에 지원군이 됐다.
1~7월 중국발 미주행 물동량은 492만8000TEU로 2% 성장했다. 7월에 5.6% 늘어난 77만6000TEU의 물동량으로 올해 고점을 찍으며 성수기 효과를 보여줬다. 한국발 물동량은 42만3100TEU로, 전년 대비 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5월에 6만8800TEU로 최고점을 찍은 뒤 7월에도 6만6300TEU로, 17.7%의 고성장을 일궜다.
외국계 선사 한 관계자는 “성수기가 지났지만 북미항로는 선복이 부족한 편”이라며 “자동차 부품 물량이 몰리면서 2주치 선복이 모두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전했다.
상하이-미주 운임은 성수기 들어 훌쩍 뛰어 올랐다.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 상하이-미서안항로 3분기 평균 운임은 2588달러로 2분기의 2430달러에서 158달러 상승했다. 미동안항로 3분기 평균운임은 3782달러로, 2분기의 2580달러에서 202달러 인상됐다. 이달 12일자 발표된 운임은 미서안 2592달러 미동안 3539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주 대비 나란히 138달러씩 떨어졌다. 북미항로에 부과되고 있던 PSS가 종료되면서 운임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유럽간 엇갈린 시황은 선사들의 선박 배치에도 영향을 줬다. 스위스 선사인 MSC는 유럽시황이 크게 악화되자 이 항로에 취항 중이던 1만TEU급 컨테이너선들을 미주서안 노선에 배치했다. 지난달 26일 <엠에스시 비어트리스>(MSC Beatrice)는 미국 롱비치항에 뱃머리를 댔다. 이 선박은 롱비치항에 입항한 최대 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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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항로 정리, 시장 부양효과 두고봐야”
이제 선사들은 유럽항로 운임회복에 사력을 집중할 태세다. 유럽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11월1일부로 TEU당 500달러 이상의 운임인상을 화주기업들에 공지해 놓은 상태다. 우리나라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덴마크 머스크라인,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일본 MOL, 중국 코스코 등 대부분의 선사들이 500달러를 인상한다. 홍콩 OOCL, 중국 차이나쉬핑 등 일부 선사들은 525달러를 올려 받는다는 방침이다.
선사들은 때맞춰 유럽항로에서 동계운항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한진해운 코스코 케이라인 양밍라인으로 구성된 CKYH가 지난달 말 5곳의 아시아-북유럽 서비스 중 중국을 기점으로 한 NE4를 중단했다. NE4는 평균 선복 6000TEU급 선박 11척을 취항선대로 닝보-상하이-홍콩-싱가포르-수에즈-포트사이드-로테르담-함부르크-안트베르펜-수에즈-싱가포르-옌톈-가오슝-닝보를 운항해 왔다. 지난달 25일 <브레멘 브리지>호의 중국 닝보항 출항을 마지막으로 동면에 들어갔다.
현대상선 하파그로이드 APL MOL NYK OOCL이 뭉친 G6은 이달 초 평균선복 8300TEU급 선박 11척이 운항해온 루프3을 중단했다. 루프3은 G6의 두 번째 아시아-북유럽 노선으로, 기항지는 상하이-닝보-서커우-싱가포르-르아브르-로테르담-브레머하펜-예테보리-로테르담-제다-싱가포르-서커우-홍콩-상하이 순이었다. 지난 6일 <오오시엘 함부르크>호의 상하이항 출항이 마지막이 됐다. G6의 아시아-북유럽 노선은 6곳에서 5곳으로 줄었다.
머스크라인과 CMA CGM은 지중해 노선 선복 구조조정에 공을 들인다. 공동운항해온 흑해 노선 1곳을 아예 항로에서 뺀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라인은 별도로 자체 운영해 온 북유럽 노선을 잠정 중단했다.
두 선사는 65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공동배선해 운영해온 중국-흑해 노선 AE5(CMA CGM 터키셔틀)를 11월8일 <머스크고베>호의 탄중펠레파스 출항을 끝으로 완전 철수할 예정이다. 머스크라인은 8000TEU급 선박 11척이 중국과 지중해, 북유럽을 연결해온 AE9를 이달부터 12월 초까지 휴항시켜 운임회복을 위한 담금질에 나설 예정이다.
대대적인 서비스 구조조정에서 선사들이 이번 운임회복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지 엿볼 수 있다. 비수기 길목에서 운임의 추가적인 하락을 선제적으로 저지하고 나아가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번에 잠정 중단 또는 완전 철수하는 노선들이 모두 수송 실적이 좋지 않았던 항로였던 터라 선복 감축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미지수란 지적도 나온다.
G6 회원사 관계자는 “소석률이 가장 낮은 서비스를 이번에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만TEU에 이르는 선복 감축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10)월말 소석률이 크게 올라와 준다면 전액은 아니더라도 일정부분 운임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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