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남 편집위원 |
선장(船長)중의 선장? 필자가 봤던 옛 서양 영화에는 ‘제프리 헌터’가 주연을 맡았던 ‘왕중 왕(King of Kings)’이란 작품이 있었다.
종교적 입장을 떠나 단순히 대칭형의 어감상 비유로 유사성을 찾자면 선장을 거쳐 보다 더 높은 자격을 따서 항만내에서 바다의 물길을 안내하는 업무 즉 도선과 이를 주업으로 직접 수행하는 도선사(導船士/Pilot)가 되는 것도 흔히들 하늘의 별따기란 표현을 하는데 인색치 않았던 것 같고 지금도 아마 비슷한 상황일것이란 추측이다.
요샌 유수 대학에 로스쿨이란 코스가 생겼지만 전 같으면 법대를 나와서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일정기간 판검사로서 상위직 벼슬을 하며 경력을 크게 쌓거나 변호사 등을 거쳐 법조인이나 율사들이 마지막 관문으로 쓰는 왕관(?)으로 고검청장, 고법원장이나 대법관이란 자리를 차지하려고 힘쓰듯 여하간 어느 한 분야에 오랜기간 근무를 해서 시쳇말로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달인이나 도사가 되는 건 참으로 어렵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이루고 나면 누구나 지원을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될 수는 없는 고관대작 반열의 벼슬직에 오르게 되는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또 기술자나 기능직들도 한 업무에 평생을 바쳐 당해 분야에서 입신의 경지에 오르면 장인이나 명장이란 타이틀이 주어지기도 한다. 문화 예술인들도 훈장이나 인간문화재니 하는 등등의 영예로운 칭호를 얻게 된다.
따라서 우리 해운계, 특히 승선분야에서 명예로운 선장직을 수행하고 나서 선발 시험에 패스하여 ‘도선사’란 월계관(?)을 받게 된다고 하면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일진 몰라도 선장되기도 힘든데 선장출신이라고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벼슬(?)이고 보면 이 또한 선장중의 선장이요 장중장이 되는 것이리라.
여하간 선박의 경우는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상선이나 여객선이나 기타 모든 선박은 관련 법규에 따라 낯설거나 서툰 항만에 입출항을 할 때에는 몇가지 예외 규정을 제외하곤 소위 바닷길, 포구의 길라잡이, 도선사를 승선시켜야 한다.
우리가 자동차나 버스를 몰 때도 아주 낯설거나 험힌 길이라 안전이 위협받을 때나 주차하기가 어려울 처지엔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에게 핸들을 넘기듯이 대양을 항행할 적엔 아무리 유능한 선장이라 할지라도 일단 복잡한 항만에 들어와 배를 부두와 나란히 붙이려면 여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배를 몰고 여러해 동안 세계 각지를 다녀본 유능한 경험에다가 당해 항만 사정도 손바닥 보듯이 빤히 들어다 볼 줄 아는 도선사가 선장 대신에,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엔진을 죽이고 예선(曳船/Tug Boat)을 붙여 밀고 당기고를 능수능란하게 진두 지휘해서 짧게는 몇 십미터에서 길게는 2, 3백미터에 달하는 배를 육지(부두)와 ‘나란히 붙이기(Along Side)’의 명수, 전문가 솜씨를 빌리게 되는 것이다.
원래 도선사를 의미하는 일반적인 용어는 해양진출에 앞선 중세기 초 서양에서 비롯된바 이는 앵글로 색슨어로 북극성을 가리키는 단어 ‘Lodestar’로 부터 유래됐고 ‘이끌다(lead)’ 또는 ‘안내하다(guide)’란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관련, Lods, Lotse, Loods란 낱말들은 오늘날까지도 스캔디나비아와 독일, 네델란드 등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단어란 것. 한편 ‘Pilot’에 대한 어원의 다른 설명으로는 네델란드어의 Pijl(俸)과 Loot(測深士)의 합성어인 Pijloot 또는 Piloot에서 Pilot가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또 희랍어의 Pedon(舵, 舵板)에서 생겨나서 중세기 이태리어 Padota를 거쳐 영어의 Pilot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실제 15세기 이전까지 지중해 밖으로는 알려지지 않았던 Pilot란 어휘의 사용은 그리스어의 ‘plous’는 ‘pclous’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수로지를 가리키는 Perious를 뜻했고 Pilot이 적힌 초기의 기록물은 AD 64년에 쓰여진 홍해 및 북인도양에 대한 해상상인의 안내책자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으로 볼때 선박 도선(Pilotage)의 필요성은 본선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던 선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한다. 항해술이나 조선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세 이전에 도선사는 대양을 횡단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항해술의 기술자(達人)로서 그 어떤 직능자들 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존재였으며 그 기원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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