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요 곡물인 옥수수·소맥·대두의 국제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2008년 및 2010년경에 발생했던 식량위기(food crisis) 재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주요 국제곡물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는 미국·남미·러시아 등 주요곡물 수출·생산국에서의 극심한 가뭄, 투기자금 유입 확대 등에 주로 기인한다. 2000년대 들어 곡물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반면 공급은 완만한 증가에 그쳐 타이트한 수급여건이 지속되면서 공급충격이 과거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에 전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국제종합팀의 노진영·이홍직 과장과 이광원 조사역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국제곡물가격 급등 상황을 2000년대 급등기와 비교할 때 가격의 고점이 공급충격 발생과 더불어 계속 높아지고 있는 데다 가격전이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가격은 가뭄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곡물생육 상황이 이미 악화된 점을 고려할 때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가뭄이 지속될 경우에는 추가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 동안의 국제곡물가격 급등은 곡물수입국에 파급되면서 곡물관련 제품은 물론 가축사료가격 상승을 통한 육류가격 상승으로 전이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7월20일 옥수수 및 대두 가격이 부셸(옥수수는 58파운드, 소맥 및 대두는 60파운드)당 각각 8.25달러 및 17.58달러에 달해 과거의 최고치를 웃돌고 있으며 소맥가격도 같은 날 9.43달러로 사상 최고치에는 못미치지만 2011년 최고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작황악화에 투기자금까지…곡물가 천정부지
최근 국제곡물가격의 급등 요인은 단기적으로 주요 생산·수출국에서의 기후여건 변화에 따른 작황악화 및 투기자금 유입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타이트해지는 수급여건과 맞물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적인 요인으로는 주요 곡물생산 수출국의 극심한 가뭄 및 투기자금의 유입의 확대때문이다. 이는 금년 들어 남반구 및 북반구에서의 가뭄이 곡물 생장기에 장기간 지속되면서 브라질·아르헨티나, 미국·러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수출국가의 가뭄이 발생함에 따라 작황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요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옥수수 생산 및 수출을 각각 40% 가량 점유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금년도 작황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세계 수출의 13~14%를 각각 차지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도 가뭄의 영향을 이미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가뭄이 7월 들어 계속 심화되면서 주요 산지인 중서부 지역의 절반 정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맥 수출은 옥수수에 비해 미국, 호주, 러시아 등에 분산돼 있으나 7월 이후 러시아 소맥 생산지역에서 가뭄이 심해지면서 가격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호주·러시아·캐나다·EU가 세계 수출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및 인도는 미국에 이어 제2·3위 생산국이나 자국소비에 주로 충당하고 있다. 7월 이후 가뭄이 주요 소맥 수출국인 러시아의 우랄·시베리아 지역과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에서 지속되고 있다.
대두는 세계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남미지역에서 연초 발생한 가뭄이 가격 상승을 촉발한데 이어 7월 이후에는 미국에서의 가뭄 지속이 추가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곡물시장으로의 투기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의 중장기 요인으로는 경작면적의 축소 및 생산성 증가세 둔화 등에 따른 타이트한 수급여건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곡물수요의 빠른 확대 및 공급의 완만한 증가로 타이트한 수급여건이 지속되면서 공급충격이 과거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에 전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요는 곡물소비가 많은 세계 제1·2위의 인구대국인 중국 및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소득수준 향상, 선진국 바이오연료 의무사용 증대 등으로 빠른 증가세를 지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신흥국 소비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상회하는 반면 주요 선진국은 20%를 하회함에 따라 신흥국의 세계 곡물수요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주로 선진국에서 고유가,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바이오연료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곡물 수요를 지지하고 있지만, 공급은 경작면적 축소와 더딘 생산성 향상 등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곡물경작면적은 1980년대 중반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다가 신흥국의 산업화 및 도시화 진전 등의 영향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1970년대 들어 오일쇼크가 발생하고 곡물가격의 급등을 경험한 각국이 국가안보 측면에서의 식량의 중요성을 인식해 경작면적을 적극 확대하고 우량품종 및 화학비료의 개발·확산했다. 또 관개시설 등 농업기술 발전으로 농업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데 주로 기인하고 있다. 세계 곡물경작면적은 2002년을 저점으로 점증하고는 있으나 2011년 현재 6,917만ha로 1981년 7,356만ha의 94% 수준이다.
생산성도 1980년대 중반 이후의 R&D투자 저조, 농업부문 기계화 및 관개시설 개발의 미진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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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생산 둔화로 수급 빠듯
타이트한 수급여건 지속으로 곡물의 재고/소비 비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공급충격에 따른 수급차질 및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번 상황과 2007년 이후 발생했던 곡물가격 급등기를 종합해 보면 곡물가격의 고점이 공급충격 발생과 더불어 계속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이에 따른 가격 전이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곡물가격 수준(S&P GSCI 기준)은 이미 2000년대 이후의 급등기(2007~08년, 2010년) 고점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저점 대비 상승폭도 1개월여만에 40%에 달하는등 이전보다 상승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과거 곡물가격 급등기와는 달리 쌀가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
유로지역 국가채무위기 심화로 선진국 및 신흥국에서의 성장세가 약화로 세계 곡물수요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춰 최근 급등현상이 식량위기로까지 파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의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까지 발생한 주요 곡물의 생육상황에 비춰 향후 가뭄이 해소된다 하더라도 가격하락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가뭄이 지속될 경우에는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옥수수 및 대두가격 급등을 초래한 미국의 곡물생육 상황을 보면 ‘보통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년 같은 시점보다 크게 하락했다.
한은 조사국은 “그간의 주요 곡물가격 급등은 곡물 수입국에 파급되면서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중국, 일본, 멕시코, 이집트, 한국 등 곡물 수입량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의 경우 식품가격이 여타 국가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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