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남 편집위원 |
이규만 과장을 비롯한 주동자급 여러 명은 종로경찰서에 연행이 되어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
종로서라면 필자가 출입 경험도 있고 또 서울시경(지금의 서울경찰청) 출입 기자들의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을 때라 천신만고 끝에 어렵사리 잡범들 틈에 끼어 몰골이 말이 아닌 이과장 면회를 단독으로 했다. 당시로는 닭장(?)을 찾아 갇힌 사람을 찾아가 즉시 면회를 한다는 건 왠만한 끗발로는 힘들던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이 경찰서에 갇혀 있어 면회를 간 경험은 난생 첨이었던 것 같다. 부서장 업무 추진비를 털어 용돈도 몇 푼 집어주며 담당부장 역할을 톡톡히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가 어느 때라고 초헌법적이고 초법률적인 긴급조치를 수차례에 걸쳐 위반을 하고 영어의 몸이 되다니 보통 배짱들이 아니란 생각에 혀를 찼다.
한편 사무실에서는 직원 채용 잘못으로 혹시 무슨 후환이라도 있을까 두려워 쉬쉬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다행이 일주여일 만엔가 불기소 처분으로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 ‘문제아’의 꼬리표를 단 채 업무에 임했고 지금도 가끔 술자리에서 어렵게 새 직장에 오자마자 상사들을 애먹였던 그때를 회상하고 가끔 함께 웃으며 흔하지 않은 옛 추억의 갈피를 넘겨 한창 나이 30대 후반에 겪었던 삶의 한자락을 계면쩍은 우스개로 접는다. 그립다면 나이든 탓일까?
지금은 임원의 임기가 3년으로 늘어났지만 당시 2년이던 1978년 정기총회에서는 이맹기 회장(코리아라인 사장)과 김용배 이사장이 연임되고 부회장으로는 범양전용선 박건석 사장, 고려해운 이학철 사장, 신한해운 현영원 사장, 조양상선 박남규 사장, 대한해운공사 이봉모 사장이 맡았다.
이사로는 국제해운 김영배 사장, 극동해운 남궁련 사장, 대한선박 이정림 사장, 동서해운 양재원 사장, 쌍용해운 윤정엽 사장, 아세아상선 정희영 사장, 아진해운 조상욱 사장, 율산해운 신선호 사장, 천경해운 김윤석 사장, 태영상선 박정순 사장, 한국케미칼해운 박종규 사장, 현대엔터프라이즈 조상래 사장, 협성선박 왕상은 사장, 호남탱카 구평회 사장, 흥아해운 윤종근 사장, 삼익상선 이종록 사장, 세방해운 이의순 사장 등이 유임이 되거나 또는 신규로 선임되어 주요 정책이나 협회 운영에 대한 의결기구로 총회나 이사회를 이끌었고 남성해운 김영치 사장과 국제상선 양정모 사장이 감사를 맡았다.
그리고 협회 집행기구인 회원사 이사들은 자연인을 뽑는 게 아니라 당해 선사 즉, 법인 위주로 선임하기 때문에 퇴직을 하거나 보직을 옮길 경우에는 이를 이어받거나 대외적으로 대표성이 있는 소속사의 자연인으로 대체할 수 있게 돼 있어서 ’79년 총회에서는 대한해운공사는 황영근 사장, 국제해운은 정수문 사장, 아세아상선은 최초로 정주영 사장으로 바뀌어 이사진이 구성되는 작은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당시 ’79년을 뒤돌아 봐도 3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고 그로부터 4~5년 뒤인 ’83~4년에 해운산업합리화란 엄청난 시련과 변혁의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군소 선사들은 물론이거니와 중견선사로 협회 이사직을 맡았던 선사들 중 상당수가 이름조차 남기지 않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내로라 하던 그 때의 인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늘 가까이서 지켜보며 주위를 맴돈 필자의 기억에서조차도 묻혀버려 세상무상을 함께 느끼게 된다.
옛 말대로 재는 넘을수록 높아만 갔고 내는 건널수록 깊어만 갔으며 ‘가로놓인 벽을 오를 수 없다면 지나갈 문을 만들라’고 했으나 수없이 앞 다투어 뛰어들었던 신참 해운업체들은 대내외적으로 밀어닥치는 난관을 극복하지 못한 채 해양진출의 초심을 접어야만 했다.
한때 최고로 우수한 인재들로 자처하며 해운으로 모여 들었던 아까운 두뇌들도 벼르던 제사에 물도 못 떠놓고 청운의 꿈을 품고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과 수출입 물동량 급증의 상승기류를 타고 운집했던 업계로부터 등을 돌리는 예가 많았다.
당시 협회 66개 회원선사 중 상위권 선사로 이사직 이상을 맡은 중견선사 중에서 코리아라인(대한해운), 범양전용선(STX해운), 고려해운, 대한해운공사(한진해운), 아세아상선 (현대상선), 아진해운(두양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한국케미칼해운(KSS해운), 협성선박(범주해운), 흥아해운, 남성해운 등이 이름과 주인이 바뀌는 변화 끝에 아직 남았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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