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2 16:08

선박관리업 노사정 손잡고 일본 해운계 파고든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선박관리업협회, 전국선박관리선원 노동조합 등 우리나라 노사정이 지난 5일 일본 도쿄 해운클럽 2층 강당에서 마련한 세미나는 시작 전부터 성황을 이뤘다. 일본 해운사 등의 관계자들을 얼마나 불러 모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발을 굴렀던 선박관리업협회 등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 200명이 넘는 일본 측 관계자들이 찾아들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일본 기업인 MOL, K-Line, NYK 등 세계적 선박회사 임원과 직원들, 일본선주협회 회장 및 관계자 등이 자리를 채웠다. 더불어 도쿄 마린, 세노 키센, 이노 마린 등 일본 중소형 선사에서도 몰려 관심을 보였다. 일본 정부에서는 도시야 모리시게 국토교통성 해사국 부국장이 참석해 일본 선원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 측에서는 정영섭 한국선박관리업협회장을 비롯한 13개 선박관리 업체가 이 세미나를 준비했다. 선박관리선원 노조에서는 박성용 위원장과 이광천 본부장이 도쿄까지 동행했다. 전기정 국토해양부 해운정책관과 송종준 부산시 항만물류과장 등 우리 정부에서도 든든한 지원군으로 힘을 보탰다.

우리 선박관리회사들은 IT기술을 접목시킨 최첨단 선박관리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일본 선주들을 설득했다.

STX마린서비스㈜가 자체 개발한 선박관리 프로그램은 선박 운항상황과 선원의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선박의 운항연비와 연료소모 현황을 정확히 알 수 있으며 선용품 재고까지도 육상에서 체크할 수 있다. 선박을 위탁한 선주는 이 시스템을 통해 선박관리회사의 선박 및 선원 운영 상황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감독하게 된다.

㈜한진SM 김원태 마케팅팀장은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많은 선원들은 일본어도 구사할 수 있어 일본 선박에서 쉽게 융화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한국 선박관리회사의 발달된 선박 및 선원 운용 시스템을 채택한다면 가장 적합한 비용으로 최상의 선박관리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본은 사실 선원 부족으로 오래 전부터 애를 먹고 있다. 선박 특히 외항선을 타려는 사람이 드물어 외항선원 수는 해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74년 일본 국적을 가진 외항선원 수는 5만6천80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배를 타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지난 2010년에는 일본 국적 외항선원 수가 2천256명에 그쳤다. 일본 측은 나머지 필요한 선원을 주로 필리핀, 인도 등지에서 조달하고 있다.

도시야 모리시게 국토교통성 해사국 부국장은 "일본 국적 외항선원이 극단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도 선원 부족 현상이 빚어져 선원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우리 선박관리 업계 등은 세계 최대 해운국이지만 선원 부족으로 고심하고 있는 일본의 틈을 파고들면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측면 지원도 발빠르다.

국토해양부는 선박관리산업 발전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 5년마다 선박관리산업 육성기본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선박관리산업정책위원회도 설치해 주요 육성정책을 검토해 나간다. 선박관리산업 관련 종합정보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육성, 선박관리 시스템 선진화 지원 등의 활동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전기정 국토부 해운정책관은 "선박관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제도적 뒷받침과 업계의 노력이 융화되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 해운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선박관리회사의 절반 이상이 자리잡고 있는 부산에서도 선박관리업에 대한 지원 체제가 갖춰지고 있다. 부산은 한진SM STX마린서비스 해영선박 범진상운 등 국내 주요 선박관리기업의 본사가 모여 있는 선박관리 산업의 중심지다.

하지만 부산시의 관심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보다 체계적인 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 업계 등의 노력에 일본 정부와 선사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성과에 눈길이 쏠린다.

마사토 모리 일본 국토교통성 해사국장은 "우리는 우수한 선원 확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한일 해운 부문 교류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영섭 한국선박관리업협회장은 "일본 측의 반응이 매우 좋아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 선박관리회사들이 일본에서 새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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