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5돌을 맞이한 싱가포르 선사 퍼시픽인터내셔널라인(PIL)의 한국법인 PIL코리아가 신조선 도입에 발맞춰 한국발 선복을 더욱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조 중인 1만40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향후 인도받아 한국-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호주, 인도 동안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PIL코리아 백인도 대표는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해상운임 급등과 선복 확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화주들에게 앞으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가장 큰 성과는 ‘동남아항로 강화’
PIL코리아의 강점은 한국법인 출범 이후 25년 동안 한국-아프리카 직항로를 한 번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해 온 꾸준함에서 나온다. 나이지리아, 가나, 베냉 등 아프리카 물류 거점을 연결하는 노선을 잇달아 개설하며 한국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아프리카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홍해와 남북항로 등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했다.
백 대표는 “환적 거점인 싱가포르를 기준으로 물류 네트워크가 촘촘히 잘 유지되고 있는 데다 고객과의 신뢰를 우선으로 하다 보니 한국-아프리카 노선을 중단 없이 서비스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PIL코리아의 최근 성과로 동남아항로 강화를 들었다. 현재 PIL은 우리나라 고려해운, 남성해운, 일본 ONE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인천·부산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을 연결하는 동남아항로를 서비스 중이다. 향후 다른 선사들과도 협력해 동남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백 대표는 “올해는 싱가포르 선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동남아 서비스 확대에 많은 투자를 했던 한 해였다”며 “아프리카, 중동 및 홍해, 인도, 호주·뉴질랜드, 남태평양·인도양, 중남미항로에 치중했던 사업 범위를 넘어 잘 알려지지 않은 동남아 구석구석을 연결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부산-중남미 서비스 선복을 늘린 것도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11월 첫 취항에 나선 1만4000TEU급 신조 컨테이너선은 우리 화주들의 수출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PIL이 올해 인도받은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코타에메랄드>(KOTA EMERALD) <코타이글>(KOTA EAGLE) |
PIL은 LNG 연료 추진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중국 조선소에서 성공적으로 인도받아 부산-남미항로에 배선했다. 신조선은 PIL 운항 선박 중 최대 선형이며, 싱가포르 선사가 도입한 첫 LNG 연료추진선박이다.
<코타이글>(KOTA EAGLE)과 <코타에메랄드>(KOTA EMERALD)로 이름 붙여진 두 선박은 아시아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WS2(West Coast Central AND South America 2) 컨테이너 노선에 투입 중이다. WS2의 기항지는 서커우-홍콩-닝보-상하이-만사니요-라자로카르데나스-푸에르토케트살-카야오-과야킬-만사니요-부산-가오슝 순이다.
백 대표는 “중남미항로는 그동안 중국에 비해 선복이 조금 부족했었는데 대형선 투입으로 화주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향후에도 고객사들의 요청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국 선복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비대면 업무가 늘었다고 하지만 PIL은 고객과의 면대면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백 대표는 한진해운에서 24년 근무한 뒤 2018년 PIL 한국법인 수장에 올랐다. 총 32년을 해운 분야 한 우물만 판 백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고객과의 면대면 소통이다. 이러한 그의 영업 철학은 본사가 요구하는 전략적 목표와 직결된다.
백 대표는 한국 법인이 25년 동안 PIL의 전략적 목표인 ▲People centric(고객 중심) ▲Pushing Boundaries(서비스 개척) ▲Future-Focused(미래 지향적)를 앞세워 대화주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PIL코리아는 비대면, 온라인이 아닌 고객을 직접 방문하고 어려운 점을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더불어 어느 지역이든 한계를 설정하지 않고 서비스를 발굴·개척한다는 모토와 과거에 연연하지 않은 미래 지향적인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10월엔 PIL의 SS테오 회장이 내한해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한국법인의 노고를 위로했다. SS테오 회장은 만찬 자리에서 25년 장기근속자 5명과 20년 장기근속자 1명에게 표창장 및 기념품을 수여했다.
▲PIL의 SS테오 회장(사진 가운데)이 PIL코리아의 장기근속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향후 인천·광양발 아프리카행 서비스 재개할 것”
PIL은 향후 신조선 도입에 발맞춰 아프리카, 중남미, 호주 그리고 인도 동안 항로에서 선복을 늘릴 예정이다. 싱가포르 선사의 발주잔량은 어느덧 20만TEU를 웃돌고 있다. 1만4000TEU급 4척, 1만3000TEU급 5척, 9000TEU급 5척, 8000TEU급 4척 등 18척 모두 LNG 연료를 사용한다.
백 대표는 향후 인천·광양발 아프리카행 서비스를 재개해 수도권과 광양 지역 화주 몰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으로 제한된 국내 기항지를 다변화해 해상운임 급등과 선복 확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주들을 지원하고 아프리카 수출에 힘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한 특수화물 사업 강화에도 시동을 건다. 중고 건설 장비 등 프로젝트 화물 수요에 대응하고자 장비 확보와 OOG(규격 초과 화물·Out Of Gauge) 선적 비용 최적화, 특수화물 도착지 확대 등을 이뤄내 우리 기업들의 특수기계 및 설비 수출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백 대표는 과거 시장의 균형 혹은 시장 논리라는 것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게 현재의 컨테이너선 시황이라고 말했다. 신조선이 올해 300만TEU에 이어 내년 250만TEU가 인도되면서 운임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변수가 공급 증가분을 흡수하고 있어 전망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홍해 정세의 영향에 따른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 선박운항 탄소집약도 지수(CII)와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 같은 탈탄소 조치로 인한 선박의 저속운항, 각 터미널에서의 추가 투자 지연, 항만 파업으로 인한 하역 효율성 저하 등을 선박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변수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결론적으로 불확실성의 상시화로 운임 변동 폭이 확대되고, 수요 및 공급 요인 변화에 따른 특정 항로별 운임, 수요 및 공급 변동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백 대표는 “올해 PIL 본사가 창립 57주년을 맞이했고 PIL코리아는 25주년을 기념했다. 청년 PIL코리아가 성년이 된 PIL 본사를 위해 젊은 에너지를 제공하며 회사의 성숙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기간 PIL과 함께 하여준 고객사들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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