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4 08:12

이호영 칼럼/ 정들면 고향이지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텔레비젼에서 고향에 관한 프로가 나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아이 하나가 “우리는 고향이 없다” 는 것을 유감스러운 듯이 말하니 다른 아이들이 동조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장난처럼 맨 꼬마를 보고 “너는 신동아 아파트가 고향이 아니냐?”고 했더니 “그런 것도 고향이냐?” 고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반문한다.

나를 빼고 우리 식구들, 정확히 아내와 딸 넷은 고향이 없다고 생각하고 고향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만일 고향이란 정의를 “어렸을 적에 자란 곳”을 말한다면 내 아내나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때 자란 곳은 분명 있는데 왜 그곳을 고향이라고 생각지 않는가? 아내는 대학시절, 방학이면 고향을 찾아 내려갔다가 개학 때면 이것저것 싸가지고 올라와서 한동안 고향 이야기를 하는 시골에 고향이 있는 학우들이 부러웠단다. 왜냐하면 아내는 서울에 사는 집이 고향이라 오기를 고대하고 반겨주는 사람이 있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기 때문에 귀향하는 친구를 따라가 보기도 하고 가정부의 고향에 따라가 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셋째도 같다. 친구들을 따라 시골에 다녀와서 기분 좋아했던 것을 나도 기억한다.

고향이란 객지생활을 해 본 사람에게나 갖게 되는 개념인 것 같다. 부모님의 품 안에서 풍요롭게 자라던 사람이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을 하면 불편과 서러움을 겪게 되는데 이 때 마음속으로 그리워하고 가보기를 동경하는 길고 긴 시간이 있는 사람에게나 고향은 그렇게도 사무치게 그리운 곳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 있고 어렸을 적 친구들이 있고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내가 잘 되면 광내며 가보고 싶고 안 될 때는 도둑놈처럼 먼발치로 슬쩍 갔다 누구도 안 만나고 돌아오는 곳 그것이 우리들의 고향인 것이다.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나의 경우 결혼한 후 이사를 13번째 다녔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에게 고향친구와의 추억이 있을까? 부모와는 언제나 함께 살았으니 부모님의 품을 그리워해 본 경험도 없으니 고향이라는 개념인들 가질 수 있을까?

아무리 나쁜 사람도 고향에서는 좋은 일을 하려 하고 고향사람을 만나면 반기고 잘 해 주려고 하는 것을 보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아름다운 한 면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런 고향 그리워하는 개념을 갖고 있지 못한 우리 식구들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나 이들도, 이들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고향 없는 사람들도 관념의 고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향을 왜 그리는가 생각해 보면 나를 사랑해 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은 사랑이다. 내가 남에게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주면 그들이 나에게서 고향을 느낄 것이며 그런 사람들이 나의 주위에 많으면 나 또한 그들에게서 고향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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