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10 13:48

KSG에세이/ 참모총장 출신 육군대장과 화학병과 출신 일반하사 - (12)

서대남 편집위원
예비역·현역 境界 오가며 을지연습 브리핑땐 총검술 시범도 보이며 육군대장 健在 과시

서대남 편집위원

70년대만 해도 을지연습 훈련 통신체계나 행정업무가 인편이나 우편 위주였었던 건 주지의 사실. 문서 송수발 시스템이 연락병이나 전령의 휴대에 의해 작전 명령이 하달되거나 결과를 보고 받았고 긴급 사항의 경우는 유선 전화로 ‘받아쓰기’식 송수신이 고작이었으며 팩시밀리나 텔렉스가 그나마 앞선 통신 수단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군부대 전화기도 50년대 초기만 해도 소위 SSB(Side Single Band) 시스템이라 해서 지금 같이 송수신 두 개의 라인이 송화와 수화를 분리해서 보내고 받는 게 아니라 송수신 한 개의 라인으로 한 사람이 대화를 끝내고 “오버”란 신호를 주면 이를 되받아 상대방이 다시 대화를 시작해서 ‘말하고 난 다음에 듣기 방식’으로 통신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요즘은 입출항 선박이 항만이나 부두내에서 근거리 통신을 위해 사용하던 VHF(Very High Frequency)마저 사라지고 핸드폰으로 간편하고 편리하게 송수신을 할 수 있고 로밍절차 없이 원거리 국제통화도 자유로워졌다니 이 역시 군이나 해운 막론하고 발전한 통신시설과 송수신 방법에 놀라움을 금할 길 없다.

통신부대가 아닌지라 화학전투지원중대만 해도 위생병과에서 차출되어 육군화학학교를 나와 화학장비 정비명이란 주특기(MOS 433)로 배치된 필자 소속 부대만 해도 1군사령부의 직할중대로서 제3군단을 커버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으나 60년대 당시는 겨우 EE-8 전화기와 PRC-10이 고작이었으니 참으로 금석지감을 느낀다.

그리고 을지연습 훈련기간 중에는 각 단위 부대급 최고 책임자가 이튿날 새벽 항만청 상황실에 집합하여 각 부대의 전날 작전이나 전과를 브리핑할 때 외항해운계 대표로 예하 선사의 비상계획부장들을 대동하고 김용배 예비역 대장이 직접 참석했다. 영관급 출신 비상계획관이나 부장들이 별 넷 출신의 대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을 땐 비록 예비역이지만 마치 하극상(?)을 보는 듯한 기묘한 감정을 숨기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새롭다.

더하여 보통 군 출신과는 달리 기분학상(?) 예비역과 현역을 착각할 정도로 경계없이 오가거나 게다가 군단이나 사단급 상황실이나 육본 지하 벙커의 실전 전황을 연상케 하는 전황 브리핑 현장에서 김 이사장은 가끔 백병전의 전투기술 총검술까지를 후렴으로 곁들여 ‘길이로 찔러’를 실시하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우습기도 하고 그리운 장면이기도 하다.

한편 김병두 전무이사와 강상혁 상무이사가 김 이사장과 한 임기를 끝내고 퇴임 후 부임한 김희석 상무는 시쳇말로 무골호인(?)으로 누가 묻지를 않으면 하루 종일 입 한번 열지 않았다.

영자(英字), 로이드 신문이나 페어플레이 잡지 또는 타임지나 뉴스위크를 보다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이를 발췌, 번역한 원고지를 회보용으로 필자에게 넘겨주고 퇴근시간이 되면 퇴실하는 스타일이었다.

사실 당시 뜻밖에 필자가 해운단체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도 외항해운업계에도 전문적인 정보매체가 필요하단 결정에 따라 ‘선주협회보’란 정보 기관지를 만들기 위해 종이쟁이(?) 출신을 물색하던 주요한 대한해운공사 사장 및 한국선주협회장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는 크게 고민하거나 심사숙고 하지 않고 첫 직종을 배신한 데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모두가 어렵던 시절, 그래서 글쓰는 신문 기자(記者)를 밥굶는 기자(飢者)로 부르던 60년대 말이었다.

교통부 출입기자를 하며 주로 해운업계를 자주 들락이며 중점 취재하고 관심 깊게 활동한 게 단초가 돼 이렇게 훌쩍 40년이 넘게 바다와 배, 해운을 들먹이며 평생을 보내고도 모자라, 결정은 순간적으로 했지만 아직도 족쇄(?)를 벗지 못하고 머무는 운명의 갈림길이 된 것 같다.

그 시절, 정확한 직급, 직책은 희미하지만 기억나는 범위의 교통부 간부급들로 김신 장관, 이재철 차관, 정영훈 해운국장, 김완수 육운국장, 민영환 항공국장, 김상진 선박담당관, 김창갑 총무과장, 박수환 지도과장, 김병훈 내항과장, 최각 외항과장, 이덕환 선원과장 등이 떠오른다.

당시 사무관과 주사급들이 몇 년뒤 1976년 3월에 탄생한 신설 항만청의 주역을 맡아 강창성 청장과 함께 신설 항만청의 주요 간부급으로 활동했었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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