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남 편집위원 |
올 초에 발간된 한국선주협회 50년사를 들춰보니 불과 35~6년 사이에 외항선사의 창업자나 최고 경영자들은 거의가 타계했고 은퇴하거나 은둔하고 있는 생존자는 불과 열손가락에도 못 미쳤다.
게다가 이들 모두가 필자와는 거의가 다 머리를 맞대고 오랜 기간 함께 일하거나 직간접으로 해운관련 정책 수립에서부터 시행을 같이 한 흔적이 있어 새삼 인생무상을 실감하고 다시 한번 손에 잡힐듯놓쳐버린 그 세월을 탄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생생한 기억 속의 기라성 같은 해운계의 크고 작은 별들이 소리없이 명멸해 가고 오늘에 이른 건 역설적으로 그들의 노력과 희생 아래 지금의 우리 해운이 여명기를 거쳐 지금을 창출했고 이를 발판 삼아 세계 속의 해운한국으로 도약하여 G-5라는 금자탑을 쌓았다는 건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느닷없이 해운과는 거리가 먼 육군참모총장 출신 김용배 예비역 대장이 이사장직을 맡은 1976년 당시 선주협회 조직은 이맹기 회장(코리아라인 사장)을 정점으로 해서 박건석(범양전용선 사장), 현영원(신한해운 사장), 박남규(조양상선 사장), 백용흠(대한해운공사 부사장) 부회장 등 6명의 회장단이 중심이 되어 이끌었다.
사무국은 김 이사장을 총괄 수장으로, 김병두 전무이사, 김선모 상무이사 및 강상혁 상무이사 등 4명의 임원진이 집행부를 맡아 일했다. 그리고 이정림(대한선박 사장), 김상길(삼양항해 사장), 남궁련(극동해운 사장), 조상욱(아진해운 사장), 박정순(태영상선 사장), 윤정엽(쌍용해운 사장), 양재원(동서해운 사장), 윤종근(흥아해운 사장), 왕상은(협성선박 사장), 김윤석(천경해운 사장), 박종규(코리아케미캐리 사장) 등 회원사 이사가 취항 항로와 선형 및 선사규모를 대표하는 선사 이사로 협회 운영에 참여했고, 이의순(세방해운 사장), 이종록(삼익상선 사장) 감사 등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여 의결기구와 집행부가 나누어 회무를 수행했다.
또 각종 업무 분야별로는 비 상설기구인 각종 직능 위원회를 조직하여 기능별로 해무위원회, 국제위원회, 항만위원회, 정책위원회, 홍보위원회를 두고 현업 사안별로 제반 업무를 처리했다.
회원 선사의 본사나 점소가 많은 부산과 인천에는 지구협의회를 두고 부산은 상설 지부를, 인천은 비상설 지구협의를 운영하며 입출항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일선 현안 업무를 다루고 본회와의 보고채널을 통해 유기적인 조직 운영체제를 유지했다.
그리고 명색이 국제경영에 속하는 외항해운업의 중심 선주단체 조직이 외국어 구사와 국제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자성의 소리도 높아 새로운 임원급을 물색, 서울대 상과대학을 나와 대한해운공사(KSC)에서 해외지점 근무 경력이 많고 탁월한 영어실력으로 해운계에서 외국어라면 둘째 가기가 서럽다는 김희석(金熙錫) 동경 및 런던지점장 출신이 국제업무 담당 상무이사로 부임했다.
별도 산하 조직이기는 하지만 협회 울타리에서 특수업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운임동맹 성격의 ‘한국선주중립위원회’의 사무국장 역시 연세대를 나와 해운계에서 잔뼈가 굵은 댓쪽같은 성격으로 이름난 이홍택(李鴻澤) 대한해운공사 상무 출신이 오게 됐다.
주로 한일간의 운임 덤핑과 항로질서 방지를 위해 설립된 중립 감시기구였고 지금도 존속하는 한국근해선사수송협의회(KNFC)의 전신이다. 빈집에 소 들어오듯 협회 사무국의 체중이 늘고 컬러도 다양화 및 업그레이드 되어 구태의연한 재래식 단체에서 하나씩 진보된 구색을 맞춰 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김 이사장의 협회 운영방침은 현재의 새로운 근무지가 퇴역장성으로서 군부대가 아닌 해운업계라는 데 크게 미치지 않는 걸로 보였고 크게 의식하러 들지도 않는 것으로 보였다. 남들이 평생을 하고도 어렵다는 해운을 하루 이틀, 단시일에 파악하여 한 업종을 대표하는 선주단체 집행부의 수장으로써 리드십을 발휘한다는 게 물론 쉬운 일이 아니긴 하겠다.
하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견장의 별들이었으나 그에 대한 아쉬움이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차라리 그냥 자리나 지키며 대접받고 존경받는 큼직한 샛별에 북극성같은 붙박이 별이었으면 좋으련만 지난 경력과 현직을 매치시키기에는 힘들어 했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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