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5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여야 간 물러설 수 없을 정도의 정치적 쟁점이기도 했던 한미 FTA 발효에 따라 산업계는 물론 각 분야에서 본격적인 이해득실 분석에 들어갔다.
정부는 발효된 한미FTA와 관련해 내놓은 향후 10년 간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에서 한미 무역수지 흑자는 연 평균 1억3800만달러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수출규모 세계 7위이고 무역의존도는 100%에 육박할 정도다. 제조업 일자리의 80%는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내수를 키우고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만 한국경제가 건실해 진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보다 많은 일자리와 복지를 일궈내려면 더 많은 FTA 체결을 통해 우리 경제 영토를 넓혀가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선다.
올해 우리 무역환경은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 등 대외 여건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이를 극복하고 무역 1조 달러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우리 기업의 경제영토 확대와 경쟁력 제고가 긴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EU, 미국, 아세안 등 세계 거대 경제권 빅3와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로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소모적인 FTA 논쟁보다는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기업, 정부 및 유관기관 등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실례로 부산항만공사는 한미FTA 발효와 함께 한미 교역량 급증을 예상해 미국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코트라 등과 미국 주요 도시들을 방문해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고 부산항을 물류기지로 이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마케팅 활동을 펼쳐 눈길을 모았다.
해운, 항공 등 물류업계는 한미FTA 발효로 간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FTA 발효에 따라 교역량이 증가하고 그에 비례해 인적교류도 활발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해운업계는 한미FTA를 통해 전 세계 물동량이 가장 많이 몰리는 미국과의 수출입 물량이 늘면서 외형 성장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 고전했던 해운업계로선 한미FTA는 분명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는 전자부품, 자동차 부품 등에서 상당한 물동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화물 물동량 비중이 가장 높은 미주를 오가는 수출입 물량이 늘어나면서 화물 수송실적이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한미FTA 발효에 따라 연간 20피트 컨테이너(TEU) 수십만개의 물동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예측하면서 늘어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시설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대부분의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 측은 발효 즉시 미국산 9061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다. 단계적 철폐까지 포함하면 10년 내에 모두 1만1068개 품목의 관세가 없어진다.
다만 한미FTA 발효에 따라 여야 간 정치적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형국이다. 반미 감정을 내세운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 등 전 산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상황에서 한미간 자유무역협정 발효는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면보다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정창훈 편집국장 chje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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