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불황에 위기감이 팽배한 정기선업계가 선복감축을 본격 실시할 예정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고유가와 더불어 해운불황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선복과잉을 개선치 않으면 정기 컨테이너선사들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업황 불황에도 불구하고 유럽항로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이 공급선박 감축을 발표한 것이다. 머스크의 눈치를 보며 선복감축여부를 결정하려 했던 세계 유수선사들도 머스크의 이같은 움직임에 동조할 것으로 보여 정기선 시황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머스크는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공급선박을 9% 감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운임 인상이 예고된 이 노선에서 머스크의 운항선박 선복 감축은 해운시황 바닥 탈출을 예상보다 앞당길 호재로 봐도 될 것 같다. 머스크의 데일리 서비스로 운항 선사들이 몇개 그룹으로 헤쳐 모여하며 동맹을 형성하는 등 급격한 항로 재편이 이뤄졌던 유럽항로는 이번 머스크의 선복 감축 발표로 운임인상이 속도를 더하게 됐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아시아 주요 항만 4곳과 유럽 주요 항만 3곳을 매일 운항하는 획기적인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를 시작, 경쟁선사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머스크의 새 서비스에 대응키 위해 세계 2, 3위 컨테이너선사인 스위스의 MSC와 프랑스의 CMA CGM이 제휴를 선언하고 현대상선이 소속된 뉴월드얼라이언스와 그랜드얼라이언스가 새 동맹체 ‘G6’을 출범시켰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이 속한 CKYH 그룹과 대만 에버그린도 새로 손잡고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이같은 대대적인 항로재편이 향후 정기선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해운업계의 궁금증이었다. 대부분의 해운전문가들은 치킨게임과 같은 출혈경쟁으로 운임이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유수선사들의 경영진들은 이대로 가면 엄청난 적자를 초래하며 경영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맏형격인 머스크의 운항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말 경영진 교체에 이어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를 다소 수정하며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운임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잇따라 발표, 정기선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해운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선박공급량 9% 감축 전략은 강력한 운임 인상 의지이며 동시에 시황이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항로 운임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머스크의 전략수정을 정기선업계는 반기고 있다. 머스크의 운임 인상 계획 이후 유수 정기선사들이 대거 같은 결정을 내리고 후발조치로 선복량을 감축할 것으로 전망돼 아시아-유럽항로에는 모처럼 봄기운이 돌고 있다. 이처럼 불황을 타개하고 항로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선 선사들의 전향적인 협력구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사들의 상생 정신이 항로 안정화를 앞당기는 것이다.
2009년, 2011년 최악의 시련을 겪은 해운업계는 올해를 새 재기의 해로 삼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하지만 개개 선사들의 독단적인 선박투입, 운임결정은 자칫 항로 안정화를 해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선사들간의 정보공유와 함께 협력체제가 공고히 돼야 한다. 앞으로 올 호황을 대비해 결집하는 선사들의 결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정창훈 편집국장 chje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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