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세계경제는 더욱 불황의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경제가 갈수록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해운경기지표들도 추락하고 있어 해운업계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벌크선운임지수인 BDI가 1천포인트 붕괴이후 급락세를 보이면서 600선대까지 폭락했다. 중국의 춘절, 서호주의 싸이클론, 브라질의 대홍수 등이 주요인이기는 하지만 업계에선 벌크시황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이 예상보다 다소 선전하고는 있지만 세계경제 동향을 살펴보면 하반기 회복전망도 쉽지 않을 분위기다.
국내 해운업계는 이같은 불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 특히 선박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같은 해운업계의 간절한 요구에 관계당국, 금융권이 지원사격에 나서고는 있지만 업계의 기대치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선사들에게는 금융권은 아직도 문턱이 너무 높다. 따라서 해운업계는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강력히 요구해 왔던 것이다.
이와관련 최근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 등 국회의원 19명은 부산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한국선박금융공사법을 발의해 눈길을 모았다. 이 법안은 정부가 2조원을 출자해 국내 선박과 관련된 대출, 보증, 채권매입, 투자 등의 제반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리먼발 금융위기시 미증유의 해운불황이 닥치자 중국 정부는 자국 해운, 조선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강력한 경쟁상대인 중국의 해운, 조선업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불황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우리 해운, 조선업계는 정부의 미약한 지원정책으로 항시 불만이 팽배했었다. 이번 한국선박금융공사법 발의도 이러한 상황들이 큰 자극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자금여력이 약한 해운업계와 중소 조선사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전세계 선박금융은 80%이상을 유럽은행들이 담당하고 있었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유럽은행들이 선박금융을 축소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와 조선업계도 자금난을 겪었다. 이에 우리 해운, 조선업을 위한 전문 선박금융기관의 설립이 절실하다는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 많았다.
선주협회도 기자 간담회때마다 강력히 주장했던 것이 전문 선박금융기관의 설립 필요성이었다. 우리나라 금융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는게 사실이고 특히 그중에서도 해운부분은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주협회측은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거쳐 올 하반기까지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운업계와 같이 조선업계도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절실하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 해운, 조선업계가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데 반해 금융권의 입장은 다소 부정적이다. 금융권은 이미 선박금융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나서서 전문기관을 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해운과 조선업계 지원을 위해 선박금융에 나선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그 효과면에선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해운, 조선업계가 조속히 불황국면을 타개하고 보다 경쟁력있는 서비스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선진국과 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선박금융공사법이 발의된 시점에서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의적인 자세로 한국 해운, 조선산업의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업계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선은 빠를수록 좋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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