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26 11:18

이호영칼럼/ 금년에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금년을 어떻게 살아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하는 명제는 매년 새해를 맞는 사람이라면 모두 생각해 보는 과제이다. 또한 이 문제는 그 사람이 인생의 어느 고비를 살고 있는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노처녀 노총각은 ‘금년엔 곡 결혼을 해야지’, 실업자는 ‘취직을 해야지’, 흡연자라면 ‘담배를 끊어야지’  등등 그 내용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금년에 꼭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다음에 이뤄진다면 좋을 것이고, 만일 그것이 꼭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인생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내년이면 죽을 사람에게 금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는 어떠한가? 그에게는 이 시간이 인생의 전부이이기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금년에 꼭 이뤄야 한다. 그에게 내년이란 없으므로….

영국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인생의 사계를 ‘The Oak(참나무)’라는 시로써 표현했다. 그 시에서 테니슨은 겨울을 ‘naked power’(발가벗은 힘)라 비유했는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윤석철 박사는 “이것은 화려했던 지난날은 다 가고 영락의 계절에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그 안에 내년에 새싹을 틔우는 생명력을 내재한 힘”이라 해석했다.

삶이 금년 밖에 남지 않은 사람이나 지금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금년이라는 의미는 이 ‘naked power'를 내재하고 있느냐의 여부에서 크게 달라진다. 금년에 다음 봄 새싹을 틔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인생은 부활 소생이 있는 것이요, 그것이 없다면 그에게 후세는 없는 것이다. 내가 간 다음 새로운 나의 분신으로서 나의 자식이 새로운 생명을 이어 간다면 비록 초라할 지라도 나는 이 겨울에 ‘naked power’를 축적한 것이라고도 할 수도 있으리라.

사람은 자식을 겉으로만 낳지 속은 낳지 못한다고 한다. ‘naked power’가 다음해 새싹으로써 자식에게 전해지려면 나의 가치관, 나의 정서, 나의 인생관을 전달해 줘야 비로소 나와 닮은 나의 자식, 나의 분신이 되는 것이다.

나의 자식에게든 다른 사람에게든 이러한 내적가치를 전해주고 서로 소통하려면 사랑이라는 매개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겨울을 맞은 모든 사람에게는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다음 봄에도 내 생명을 이어가는 유일한 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금년에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사랑을 실천하는 일. 이 이상 중요한 일이 그 어디 있으랴?

The Oak

by Alfred, Lord Tennyson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참나무

알프레드 테니슨 지음

그대들 인생을
젊어서나 늙어서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그리고, 그리고 나서
가을이 오면
은근한 빛을 지닌
황금빛으로 빛나리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발가벗은 저 ‘힘’을.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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