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들어 북미, 유럽항로 정기선 운임이 한시적이나 회복세를 찾고 한진해운 등 운송관련 주가가 반등하는 등 고무적인 현상이 해운업계 관계자들을 다소 안도시키고 있다. 물론 벌크선 운임지수가 케이프사이즈 하락세 주도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최악의 지난해 시황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선사들의 새해 다짐에서 턴어라운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유수선사들의 선복량 증가량을 분석해 보면 공급과다에 의한 운임하락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시장원리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7백달러선을 넘어서는 공포의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선사들로선 선박운항에 있어 딜레마에 빠질 지경이었다.
새해들어 선사들은 지난 2009년, 2011년 악몽을 떠올리면서 적자에서 흑자로의 전환이라는 배수진을 단단히 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각오는 남달라 보인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올해는 반드시 흑자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새해 전략회의에서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 한해 선사들은 철저한 체질개선과 함께 수익성 위주의 사업전략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건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선사들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호황기를 대비한 선대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아무튼 금년은 국내·외 해운업계의 재편 기상도가 그려지는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벌크선사 관계자에 의하면 선박대금 회수가 급피치를 올리게 되면 일부 대형선사를 제외한 중소선사들은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악화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해운업계내 위험요소들이 항상 잔존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세계 해운업계의 재편이 새해 화두가 되고 있지만 한국 해운업의 위상이 해운불황 속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씁쓸한 심정이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월초 기준으로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은 90만9175TEU로 전년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이 7.3% 증가한 것에 비하면 역성장한 셈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선사들의 세계 순위가 하락이나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선복량을 늘려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입지를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머스크, MSC, CMA CGM 등 세계 유수선사들이 작년에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선복량이 크게 늘어난 것과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해운선사들의 순위가 하락하는데 대해 모기업의 경영 불안, 금융권의 강도높은 재무구조 개선 제약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해운업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도가 높지 않아 글로벌 위기시 헐값에 자산을 매각하면서 도리어 더 큰 위기가 불거졌다는 업계 관계자의 언급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해운물류업계 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는 대기업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량화주가 직접 물류사업에 진입하면서 안정적인 국내 물량을 확보하는데 선사들이 실패했다는 평가다.
2자물류의 득세가 3자물류 전문 운송회사들의 성장에 덜미를 잡고 있다는 해석이고 보면 정부의 전문 물류 운송회사 육성을 위한 단호한 조치들이 조속히 취해져야 할 것이다.
지난해 최악의 위기를 잘 넘긴 해운업계로선 흑자로의 전환을 위해선 어떤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고뇌와 고심 속에서 회사의 올바른 경영의 지혜가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 정창훈 편집국장 chje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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