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역사의 동해해운이 문을 닫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파이스턴쉬핑(페스코) 양측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를 끝으로 러시아 극동항로의 사업제휴를 종료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두 선사는 내년 1월1일부터 공동운항해왔던 한러항로 서비스를 독립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현재 현대상선은 부산-보스토치니 구간에, 페스코는 부산-블라디보스토크 구간에 각각 컨테이너선 1척씩을 운항 중이다. 페스코는 별도로 부산-코르사코브(사할린) 노선에 다목적선 1척을 띄우고 있다.
다만 이후에도 두 선사의 서비스 체제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선복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양측 서비스를 상호 이용키로 합의한 까닭이다. 공동운항 방식에서 선복스와프(맞교환) 방식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현대상선과 페스코의 제휴 종료 소식은 지난 6월2일 한국에서 사업제휴 20주년 기념행사까지 열린 뒤 터져 나온 것이어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행사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도 참석해 두 선사의 오랜 우정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업계는 러시아 극동항로의 무게추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것이 새로운 관계 모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선사는 한국 시장에선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에선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특히 현대상선은 올해 초 남북항로관리팀을 신설해 러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페스코는 중국횡단철도(TCR)를 겨냥한 한중러 펜듈럼 노선 신설을 검토하는 등 양측은 그동안 독자적인 사업확대를 꾀해 왔다. 주력 시장이 된 중국-러시아항로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내 사업제휴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사업합작의 상징인 동해해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동해해운은 지난 1991년 6월 현대상선과 페스코가 51:49의 비율로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으며 두 선사의 한러항로 서비스 영업을 전적으로 맡아 왔다.
페스코는 현대상선이 갖고 있던 동해해운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한국법인인 페스코라인즈코리아를 신설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현대상선은 한러항로 영업에 직접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 내에 운항관리를 맡아온 남북항로관리팀과는 별도로 남북항로수출팀 신설을 검토 중이다. 남북항로수출팀엔 동해해운 일부 인력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