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9 11:31
법정관리 중인 국내 4위 해운업체 대한해운이 대규모 감자와 채권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등을 거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대한해운은 포스코, 한국전력 등 대형 화주들과 장기화물 운송계약(COA)을 맺는 등 안정적 수익을 보유하고 있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9일 대한해운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이진방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주식 9주를 1주로 병합하기로 했다. 임원들과 계열사는 7주를 1주로, 일반 주주는 4.5주를 1주로 묶는 감자를 진행한다. 대한해운이 보유한 자사주 28만5947주(1.7%)를 아예 무상소각 한다.
대한해운의 전체 상장 주식 수는 1642만3122주에서 79.7% 감소한 333만2809주로 크게 줄어든다. 감자가 끝나면 곧바로 전체 채권액의 37%는 2021년까지 현금으로 변제하고 나머지 63%는 출자전환한다. 출자전환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1270만여주로서 주식 총수는 다시 1600만여주로 증가한다.
출자전환 대상 채권 대부분은 대한해운에 배를 빌려준 해외 선주들이다. 대한해운은 이들을 상대로 감자와 출자전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회생계획안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계획안대로만 된다면 대한해운은 분기당 4000억원씩 빠져나가던 용선료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져 현금 사정이 한결 좋아진다. 1분기 말 현재 2조2440억원 부채 가운데 2조원이 선박 금융부채로서 해운업 특성상 양호한 수준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진방 회장측 지분율이 2%대로 낮아지면서 M&A 위험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대한해운이 국내 대형 화주들로부터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재무 환경 개선으로 클린 컴퍼니가 되면 M&A 매력이 한층 부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노르웨이 해운사인 골라LNG가 대한해운 지분을 20%대까지 끌어올려 적대적 M&A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 포스코와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이 백기사로 나서면서 골라LNG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감자 후 출자전환까지 지분율 변화를 따져보니 해외 선주들 가운데 지분이 가장 많은 곳이 3%에 미치지 못했지만 좋은 조건에 이들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이들이 연합해 경영권을 공격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굳이 해외 기업이 아니더라도 대한해운 같은 대형 해운사에 관심이 많은 국내 기업들도 다수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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