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9 13:29
국내 대표 해운사들이 잇따라 대형 선박을 도입하고 있다. 추세에 발맞춰 `공격 경영`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예상보다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자칫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제기된다.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올해 1만TEU급 4척과 8600TEU급 4척의 선박을 인도받았다. 또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만3000TEU급 선박을 추가 인수할 방침이다.
국내 첫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진 코리아호. 축구방 3배반 크기로, 선체 길이 350m, 폭 45.6m, 높이 72m에 달한다.
벌크선대도 확충하고 있다. 지난 3월과 5월 각각 `축구장 3배 크기(선체 340미터, 폭 55미터)`인 한진 투바라오호, 한진브라질호를 인도받았다. 앞서 30만톤급 대형 사선 유조선도 투입했다.
현대상선 또한 올해 4859억원을 투자해 컨테이너선 7척, 벌크선 21척을 늘리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1만TEU급 대형 선박도 들여올 예정이다. 2012년께 1만2500TEU급 5척을 용선(빌린 배)할 계획도 있다.
1TEU는 20피트짜리 한 개 컨테이너를 나타내는 단위. 기존 해운사들의 주력 대형선박 크기는 5000TEU에서 6000TEU 정도다. 이와 비교하면 최근 도입되는 선박들이 얼마나 큰 사이즈인지 알 수 있다.
해운사들의 대형 선박 `지르기` 경쟁은 사실 외국 경쟁사에서 불을 붙였다. 특히 세계 최대 해운사 덴마크의 머스크는 지난 2월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30척을 한꺼번에 발주, 국내 해운사들을 긴장시켰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형화 추세인 것이 맞다"면서 "대형 선사는 환경이나 경제성 등을 더 많이 고려해 설계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업황은 좋지 않지만, 2013년께 다시 호황을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면서 "선주협회가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해운사 특성을 감안해) 선박금융을 도입하거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로 대형 선박을 도입하고자 하는 추세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시점 상으로 대형 선박 도입계획이 조금 빨랐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너나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대형선박을 도입하고 있어 운임료 상승 계획이 방해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같은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런던의 물류전문지 IFW는 최근 "선사 입장에서 8000TEU급 선박을 1만TEU 이상으로 대체하면 평균 소석률(적재능력 대비 실제 적재량)이 90%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이탓에 선사들은 화주에 운임 할인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가도 문제다. 운임 인상이 어려운 판국에 고정비는 `고공 행진`하고 있기 때문. 유가가 하락 반전할만한 계기가 없다는 것도 한숨을 내쉬게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선박 도입계획이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다시 호황이 올 때까지 버티기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분명히 있다"며 "대형화 추세인 것은 맞지만 속도 조절은 분명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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