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4 10:39
여울목/ 일본 대지진, 우리 해운항만업계엔 호기될수도
일본 강진 및 원전사고는 특히 동북아 경제, 해운물류분야 판도를 새롭게 짜는 계기가 될 듯 하다. 여기에 대만도 대지진이 지속되고 있어 그 반사이익과 관련, 주판알 돌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중동사태에 이어 동일본 대지진으로 세계경제가 다시한번 요동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웃인 우리나라의 경우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수출제품들이 일본 부품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당장 피해보는 쪽으로 기울고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때 분명 우리 경제나 해운항만분야는 보이지 않는 반사이익이 곧 가시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실례로 고베 대지진으로 인해 고베항과 부산항의 운명은 양국의 산업판도를 뒤흔든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만큼 세계 산업계의 현실은 냉혹한 것이다. 동종업계에서 누군가 피해를 입으면 나머지는 반사이익을 보게 마련이다. 생산제품이나 서비스가 상호 대체 가능한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90년대 중반 상하이항과 선전항, 칭다오항 등 중국의 주요항만이 대형선박을 수용할 만한 수심과 안벽규모를 갖추지 못했던 시기에 부산항과 고베항은 동북아 물류허브항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전세계를 오가는 수많은 수출입 화물들이 집중되는 만큼 허브항의 경제적 가치는 엄청나다 하겠다.
90년대초 까지만 해도 세계 5대항만의 입지를 굳히며 동북아 허브항의 역할을 자처했던 일본 고베항은 95년 1월 발생한 지진으로 항만운영이 3개월가량 중단됐으며 완전복구까지는 무려 2년이라는 세월이 소요됐다.
당시 정기 스케줄에 따라 지역별 항만을 기항해야 하는 컨테이너선사 입장은 고베항은 사실항 허브항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고 본 것이다. 부산항은 고베 대지진이후 고베항의 원양항로와 피더항로를 고스란히 넘겨받으며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하며 세계 컨테이너항만 5위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중국항만들이 시설을 대거 확충하고 세계 항만 상위랭킹을 독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산항은 신항과 북항의 동반성장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외국선사들이 현재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피해등을 고려해 일본 항만기항을 꺼리고 부산항으로 뱃길을 돌리고 있어 향후 부산항을 비롯한 국내 유수항만들은 물량 유치면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우리 국적선사들의 경우 한일항로 전문 취항선사를 비롯해 북미 등 원양항로 서비스 선사들도 일본 항만 기항을 하지 못해 그로인한 서비스 대체 부담이나 연료유 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은 단기성을 띤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국내산업 피해실태’ 조사에 의하면 ‘현재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기업은 9.3%였으나 ‘사태가 장기화될 시 피해가 예상된다’는 기업은 43.0%로 나타나 일본내 상황변화에 따라 절반이상의 기업이 피해권에 들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본 대지진이 장기화될 경우 후폭풍에 대해 응답기업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일본과의 교역차질 장기화, 국내소비심리 위축을 지적했다. 이러한 응답은 동일본 대지진의 강도로 봤을 때 충분히 예상된 것이다. 하지만 원전사고에 의한 대체 수요로 화력 발전에 각국이 눈을 돌리면서 석탄 등의 대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침체된 벌크시장이 서서히 들먹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대지진을 놓고 반사이익을 운운하는 것이 시기적절한지는 좀더 따져봐야겠지만 과거 예를 보더라도 이번 대지진의 피해정도가 상당하고 방사능 문제가 특히 대두되면서 일본시장 타겟 바이어들의 발길이나 선박들이 한국으로 돌릴 가능성은 보다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정창훈 편집국장 chjeo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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