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15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일본열도를 덮쳤다. 도쿄 북동부 미야기현, 이와테현, 후쿠시마현 연안 등 일본 곳곳에서 최고 10m높이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사상자만 수만 명에 달하고 산업피해복구에만 153조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연일 보도됐다.
일본 센다이공항과 이바라키 공항의 이착륙은 전면 금지됐고 피해지역의 항구들도 폐쇄되고 하역작업은 중단됐었다. 전자 반도체장비 업체들은 공항항만 등의 폐쇄로 핵심 부품 소재를 수입하지 못해 국내 생산에 차질을 빚을까 전전긍긍했다.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피해지역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은 결항됐다. 하늘길이 끊기자 항공업계의 주식도 급락해 14일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전일대비 11.45%, 대한항공은 8.47%가 떨어졌다. 여객부문은 한-일 노선 탑승률 하락에 이어 양국 간 비즈니스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항공화물수송량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일본에서 항공으로 수입하는 화물의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한국에서 일본 북동부지역으로 나가는 화물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전 세계 항공편의 29%가 결항되면서 항공업계가 하루 2억달러 손실을 입은 것에 비하면 이번 지진피해가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올 들어 항공화물 두자릿수 감소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우편물을 제외한 올 1~2월의 한국발 항공화물수송량은 10만913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3687t 비해 11.8%가 감소했다. 환적화물은 9만164t을 기록했다. 1~2월 미주항 화물은 2만679t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인 2만7143t과 비슷한 물량수준을 보였지만, 유럽은 1만754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2만298t에 비해 13.6% 줄었다.
대한항공은 직화물 기준 3만8445t을 수송해 지난해 같은 기간 4만4907t보다 14.4% 감소했고, 아시아나항공은 2만1107t으로 지난해 2만4581t보다 14.1% 줄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지난해 수요를 견인한 LCD(액정표시장치), 자동차 부품 수요가 미주 구주지역의 현지생산 공장의 재고 안정화로 감소추세”라며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15~17%의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1분기는 비수기로 전통적으로 항공업계는 상저하고(上底下高) 현상을 보이는데, 지난해는 예상외로 상고하저 현상을 보여 전년대비 감소를 보인 것이다. 2009년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 비교할 수 없지만 2008년의 경우 1~2월 항공화물수송량은 10만2934t으로 올 1~2월 항공화물은 평년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항공업계는 상반기 반도체, 휴대폰, LCD 등의 IT제품의 수출급증으로 고공행진을 보이다 하반기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동차 부품 등 기계류의 호조로 전체적으로 높은 수송실적을 보였다. 항공사들도 실적대박을 터뜨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11조4천592억원, 당기순이익 4천6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여객과 화물 등 항공수요 급증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액 5조726억원, 영업이익 6,35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일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품목 및 자동차부품의 수출 증가로 항공화물 수송량이 증가했고 이로 인한 수송단가 상승 등에 힘입어 매출도 늘어났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수출된 항공화물은 평판디스플레이(LCD, LED) 및 센서였다. 점유율은 2009년 12.2%에서 10.6%로 줄었지만 순위는 한 계단 상승했다. 2009년 1위를 차지했던 무선통신기기는 14.3%에서 10.2%로 감소했으며 3위를 차지한 자동차부품은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비중은 5.2%에서 8.5%로 증가했다.
항공화물 15%↑…화물기 노선 증설 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한국지부의 CASS(화물정산시스템)통계에 따르면 가입 항공사들의 지난해 한국발 항공화물실적은 72만9433t으로 2009년 63만5452t에 비해 14.8% 늘어났다.
CASS통계는 협회에 가입한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집계가 이뤄지지만 수송량과 운임매출은 항공사가 발행하는 운송장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실제 수송량과 운임매출이 반영돼 인천공항의 통계보다 더 정확한 수치를 반영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동노선이 1만7285t으로 전년 1만2858t에 비해 34.4%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아시아노선은 12만7546t으로 10만6330t에 비해 20%가 늘었다. 북미지역은 15만9091t으로 19.4% 증가했으며, 운임매출은 40.4%나 급증했다.
중동노선의 수출물량이 증가한 것은 핸드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마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비중을 높이고 이 제품들이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대 항공사들의 수송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9%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2009년에 비해 15.4% 증가한 32만8034t, 아시아나항공은 17만441t을 수송해 16.8%가 증가했다. 운임매출도 각각 21.1%, 25.6%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해는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항공 수요 증가와 특히 내구재, 자본재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의 영향으로 수출 물량 및 수입 물량도 증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폴라에어카고는 1만9647t을 수송해 43.2% 증가했으며, 전일본공수는 1만8499t을 수송해 50.5%가 증가했다. 운임매출도 각각 52.7%, 28.6% 증가했다. 일본항공이 지난 10월말부터 화물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일본항공이 취급하던 노선의 화물을 전일본공수가 흡수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항공은 1만1559t을 수송해 30.6%가 감소했다.
지난해 실적에 힘입어 항공사들은 본격적으로 노선 늘리기에 나섰다. 현재 135편의 화물기를 운항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오는 3월말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화물기를 띄운다. 지난해말 아시아나항공이 화물기 신규 취항에 나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의 준공 및 GM,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제조업체들의 투자가 확대되는 지역으로 대한항공도 러시아로 가는 수출물량 나르기에 동참할 예정이다.
브라질-멕시코에도 화물기취항이 검토되고 있다. 중남미 경기가 살아나고, 삼성전자의 브라질 마나우스 생산 공장 확장으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향 추가노선에 대해서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58편의 화물기를 운항하고 있으며 오는 8월부터 중미지역에 3편을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캐세이패시픽항공은 6월부터 아부다비에 신규취항하며, 9월에는 미국 시카고에 신규 취항한다. 밀라노 노선에는 7월부터 증편운항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가상승 및 전년 기저효과로 실적↓
지난해 항공실적은 긍정적이었지만 올해 항공실적에 대해서는 불안한 전망이 돌고 있다.
IATA는 2일 올해 글로벌 항공사들의 순익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IATA는 높은 수요에도 불구,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이 순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글로벌 항공사 순익 전망치를 지난 12월의 91억달러에서 86억달러(약 9조6400억원)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올해 평균 석유가격 전망치 역시 이전 배럴당 84달러에서 96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이어 올해 글로벌 항공 승객수는 5.6%, 항공화물은 6.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인상으로 각 항공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프리카지역의 정치 불안 등 소요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이 항공사들의 원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연평균 제트유가가 1달러 상승할 경우 연간 약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료 절감을 위해 경제운항을 할 수 있는 비행 계획을 수립 중이다. 신규 도입되는 항공기의 연료 절감 효과로 기존 항공기 운영 대비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유류할증료 징수로 일부 보전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비용 절감 TFT 구성해 자구책 마련 중이다.
인천공항은 올 1분기를 기점으로 LCD, 휴대폰, 메모리의 수요는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 각종 IT제품의 주기 변화를 통한 수요 증대를 예상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급격한 반등은 미주, 유럽의 경제여건 및 격화된 경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안정적인 증가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여객기의 경우 화물기 대비 운항비용이 1/3수준으로, 신형여객기의 경우 항공화물 운송능력이 재래기종 대비 큰 폭으로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저비용항공사와 화물 수송능력이 높은 여객기(A340, B777 등)의 도입이 가속화 되면 여객기에 의한 화물 운송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호조로 올 상반기는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년대비 2~3% 감소가 예상되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LCD 부품 및 자동차 부품 재고 소진, 가전 제조사들의 3DTV, 스마트폰 판매 활동으로 인해 소폭 증가가 예상 된다”고 말했다.
<정지혜기자 jhju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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