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40% 신장…중앙亞 기점 3국간 서비스 확대
창립 두 돌을 맞은 북방물류 전문기업 KYL의 김명진 사장은 지난달 30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안전하게 도착한 아반떼 승용차를 보며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았다. 앞으로 택시 캡을 달고 광활한 몽골 초원을 달리게 될 이 승용차를 수송하는데 김 사장은 특히 공을 들였다.
지난해 9월 몽골 정부가 현대자동차와 택시용 승용차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세간에 회자됐다. 몽골 정부는 아반떼HD 800대와 아반떼MD 400대 등 총 1200대를 올해 4월까지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신생 물류기업인 KYL이 이 프로젝트의 주관 물류기업으로 선정돼 지난해 연말 1차분 수송을 성공리에 마쳤다. KYL은 지난해 11월 말 몽골정부 현대자동차와 물류계약을 체결한 뒤 한 달 만에 화주기업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놔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몽골 건국 이래 신차 택시가 도입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물류수송에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
김명진 사장부터 업무 총괄을 맡고 있는 김상진 이사, 영업을 맡고 있는 김범수 부장에 이르기까지 10여년 이상 북방물류시장에서 이름을 알려온 전문가들로 구성된 KYL은 몽골정부의 기대에 십분 부응했다.
전문 맨파워의 위력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빛을 발했다. KYL은 수송에서 컨테이너마다 승용차 4대씩을 나눠 싣는 방식을 썼다. 이른바 쇼링(shoring)을 통한 차량 수송이다. 화주인 현대자동차는 처음 쇼링 방식에 반대했다. 운송사고를 우려한 까닭이다. 최근 베트남 지역과 카자흐스탄 지역으로 차량을 보낼 때 이 방법을 썼다가 사고가 났던 적이 있어 반대는 당연했다. 하지만 KYL의 운송 계획과 전문 노하우를 받아 든 화주기업은 곧 쇼링 방식으로 선회했다. 안전한 수송이 가능하리란 확신이 섰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부산항을 출발한 컨테이너는 이후 몽골횡단철도(TMGR)로 환적돼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원형 그대로를 유지했다.
과감한 투자로 수송안전성 확보
김명진 사장은 화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의 쇼링 자재를 썼다고 귀띔했다. “몽골정부가 처음으로 신차택시를 도입하는 거라 한국물류기업의 자존심을 걸고 운송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에 써온 자재와 차별화해서 고급 자재를 써 차량의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그만큼 원가부담이 됐지만 ‘소탐대실’보다는 과감하게 투자해 (수송) 결과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믿었어요.”
KYL이 몽골정부의 프로젝트에 물류기업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설립 첫 해에도 몽골정부가 한국에서 수입한 버스 400대를 최단기간에 울란바토르까지 수송해 물류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KYL은 김범수 부장의 지휘로 인천항에서 출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도착지에 차량을 안착시켰다. 몽골정부는 최단기간 수송을 기념해 정부당국자와 화주기업 KYL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큰 규모의 행사를 열기도 했다.
KYL은 몽골 광산에 들어가는 특수 장비 수송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와 일본에서 몽골로 수출되는 3국간 수송이다. 김 사장은 몽골 시장이 광산 경기 호조로 향후 몇 년 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시장 다지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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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선적을 앞두고 자동차들이 양산 야적장(CY)에 장치돼 있다 |
“현지 여론이 우호적으로 나오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몽골 정부 프로젝트가 수익성이 높진 않지만 향후 다른 수송까지도 꾀할 수 있어 중요해요. 품질 좋은 수송서비스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KYL은 이와는 별도로 중앙아시아(CIS) 지역으로의 사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우즈베키스탄 도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장비 수송에도 참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작년 말 마무리된 프로젝트에서 KYL은 50t이 넘는 중량물을 독일과 한국에서 우즈벡으로 각각 수송했다. KYL은 이 때에도 국내항에서 벌크선을 이용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수송한 뒤 철도를 이용해 최종 목적지까지 중량물을 실어 나르는 입체수송을 진두지휘했다.
이 수송은 우즈베키스탄 최초로 일괄 계약방식인 DDU(관세미지급인도) 조건으로 진행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최초란 타이틀을 많이 보유한 수송기업이 바로 KYL인 셈이다.
소위 ‘잘 나가는’ KYL이지만 어려움도 크다. 김 사장은 최근 신생 물류기업들의 공격적인 영업행태로 북방물류시장이 고초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컬렉트’, 이른바 외상거래다. 일부 물류기업들이 후불 조건을 내세워 화물을 유치한 뒤 나중에 운송료를 받지 못해 도산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영업 방식이 북방물류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선불로 진행해왔던 견실한 물류기업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것.
“몽골 물류시장이 크지 않아요. 화물도 맥주나 자동차 등 단출하죠. 이런 상황에서 운임 결제조건으로 경쟁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기존 시장까지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물류업계의 발전을 위해선 근절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KYL은 지난해 매출 40%의 실적 신장을 일궜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은 풀어야할 숙제다. 김 사장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거라는 말이 있다”며 “고객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게 곧 경쟁력이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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