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해 해운물류업계의 최대 화두는 불황 탈출이었다. 2010년은 해운물류기업들이 역사 이래 가장 심각한 해운경기 불황의 사슬을 끊고 시황 반등의 초석을 다지는데 사력을 모은 한해였다.
본지는 2011년 새해를 맞아 해운물류업계 종사자 176명을 대상으로 해운시황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서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해운 시황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다만 본격적인 호황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4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정기선시장의 운임 약세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편집자 주-
●●● 많은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은 지난 2010년 한해 동안 해운경기가 상승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다만 상승폭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2010년 한해 해운경기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9%가 ‘소폭 상승’했다고 답했으며 ‘완연한 회복세’라고 답한 응답자는 32%를 차지했다.
업계 종사자의 90%이상이 시황이 상승했다고 보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황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 사람은 9%에 머물렀다.
‘2010년 들어 빠른 시황호전을 피부로 느꼈느냐’는 물음에는 ‘다소 그렇다’는 대답이 48%로 가장 많았으며 ‘매우 그렇다’는 답도 27%를 차지했다. 해운물류업계 종사자 75%가량이 해운물류시황이 호전됐음을 직접적으로 체감했다는 의미다. 다만 앞선 질문에서와 마찬가지로 회복의 정도는 다소 미진했다는 평가다. ‘못 느꼈다’고 답한 사람도 25%나 돼 시황호전을 체감하지 못한 곳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운시황의 호황을 이끌었던 유럽항로 및 북미항로 등에 대한 시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2010년 정기선 원양항로의 시황 평가’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49%의 응답자가 ‘손익분기점까지 회복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답도 28%에 이르러 원양항로 시황이 예전의 호황에 근접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적자구조’라고 말한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는 23%를 차지해 시황 반등 기조의 이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도 꽤 눈에 띄었다.
유럽항로 시황회복 가장 성공
‘원양 정기항로 중 시황 회복에 가장 성공한 곳이 어디’인지 꼽는 질문에는 ‘유럽항로’가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응답자의 44%가 ‘유럽항로’를 꼽았으며 이어 36%는 ‘북미항로’에 점수를 줬다. 세계 정기선 시장의 기간항로라 할 수 있는 두 항로가 2010년 한해 해운업계 시황 반등을 이끈 셈이다. 중남미항로와 호주항로가 9%씩을 차지했으며 아프리카항로는 2%로 가장 낮은 표를 얻었다.
2011년 원양항로의 흐름은 어떻게 이어질까? ‘2011년 원양 정기항로 전망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68%의 응답자가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복 과잉에 대한 불안감이 엄존하고 있으나 많은 해운업계 종사자들은 원양항로에 대한 앞날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공급과잉 등으로 하락세’를 띨 것이란 대답은 25%를 차지했다. 올해보다 ‘시황이 호조세를 보일 것’이란 답은 7%에 그쳤다.
근해항로 시황은 원양항로보다 좋지 못했다. 다만 동남아항로는 그나마 시황 상승의 단맛을 본 항로로 평가됐다. ‘2010년 근해항로의 시황평가’에 대해 해운업계 종사자 66%가 ‘손익분기점 수준’이라고 답했다. ‘수익성이 뚜렷했다’는 응답은 23%로 뒤를 이었다. ‘적자 상황’이라고 답한 사람은 11%를 차지했다.
‘근해항로 중 2010년 한 해 가장 양호한 시황을 보인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절반에 육박(48%)하는 응답자가 ‘동남아항로’를 선택했다. 이어 ‘한중항로’라고 답한 사람도 31%에 달했다. 한중항로는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어려운 한해를 보냈음에도 근해항로 내에선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은 셈이다. ‘한일항로’는 19%에따른 비교적 낮은 지지를 받았다. 하반기 선적상한제 완화로 운임하락이 저조한 지지의 근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러항로’는 2%만이 꼽았다.
‘2011년 근해항로 전망’에 대해선 원양항로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64%가 ‘보합세’를 꼽았으며 ‘공급과잉 등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응답은 27%에 그쳤다. ‘시황이 호전될 것’이란 답은 9%였다.
근해항로의 운임 수준에 대해선 적정 수준이란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낮다고 생각하는 쪽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적정 수준’이란 응답은 52% ‘낮은 편’이란 대답은 43%를 각각 기록했다. ‘높은 편’이란 응답은 5%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2010년 한해 정기선 시장을 규정지을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이 있을까? ▲운임회복 ▲선복조정 ▲물동량 회복 ▲컨테이너 장비부족 등이 꼽힌다. 또 정부 주도로 진행된 ▲녹색물류확대도 2010년 해운물류업계에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운임회복’과 ‘물동량 회복’을 가장 큰 이슈로 꼽았다.
운임회복이 34% 물동량 회복이 27%의 지지를 각각 얻었다. ‘선복조정’도 23%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 2010년 상반기 해운업계를 강타했던 ‘컨테이너 장비부족’은 16%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녹색물류를 꼽은 응답자는 한명도 없어 실제 해운물류업계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과 정부 정책 사이에 서로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10년 한해 강세를 보였던 정기선 시장 운임은 4분기 이후 정기선 시장의 운임 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11년 초 운임 전망’을 물었다. 이 질문에 응답자 63%가 ‘약세 지속’을 꼽아 현재의 시황 하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3%는 ‘반짝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14%는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점쳤다.
2010년 상반기 정기선 시장을 강타한 컨테이너 장비 파동은 아직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장비 부족 문제는 어떤지’ 묻자 응답자의 절반(50%)이 ‘다소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부족이 심각하다’고 답한 사람도 11%나 됐다. ‘문제 없다’고 말한 응답자는 39%였다. 컨테이너 장비 부족 문제는 세계 컨테이너 생산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의 컨테이너 제조기업들이 해운 불황기 동안 대부분 문을 닫은 데다 숙련공들도 공장을 떠나면서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벌크선 부진은 ‘중국 수요 감소’ 탓
최근 건화물선지수(BDI)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지며 건화물선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황 부진의 주요인은 ‘중국’으로 지적됐다. ‘벌크선 시황 회복이 예상보다 매우 더딘데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64%의 응답자가 ‘중국 수요 감소’를 들었다. 25%는 ‘공급 과잉’을 꼽았으며 11%는 ‘인도 철광석 수출 억제’라고 답했다.
‘BDI의 향후 전망’에 대한 물음에는 ‘현재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는 응답이 75%의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18%로 뒤를 이었으며 ‘상승세로 전환한다’는 대답은 7%에 그쳤다. 앞으로도 벌크선 시장의 부진은 계속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BDI는 12월24일 기준 1773으로 최근 5개월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0년 BDI 연중 최저치는 7월15일 기록한 1700이다.
한미 FTA 전격 타결을 두고 많은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은 해운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FTA 타결이 향후 해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묻자 43%가 ‘자동차 등 일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41%는 ‘전반적인 시황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0% 이상의 응답자들이 한미 FTA를 해운시황의 호재로 보고 있는 셈이다.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응답은 16%에 그쳤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남북한 군사적 대립이 국내 해운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응답자 68%가 ‘미미하다’고 답했다. ‘다소 있다’거나 ‘크다’는 응답은 30%를 조금 넘었다.
응답자 70% ‘주선수수료 올라야 한다’
한편 ‘국제물류주선업계의 가장 큰 현안’에 대해선 64%의 응답자가 ‘집화 경쟁에 따른 덤핑영업’을 들어 아직까지 업계 노력에도 불구하고 덤핑경쟁이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화주물류입찰 확대’와 ‘선사들의 해상운임인상’은 20% 16%의 표를 받았다.
‘2010년 들어 국제물류업계 경기가 개선됐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2009년과 비슷하다’가 61%로 가장 많았으며 ‘나빠졌다’는 대답도 16%나 돼 국제물류업계는 시황 반등의 시장 분위기가 남의 일이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많이 회복됐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국제물류주선 수수료 수준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50%의 응답자가 ‘소폭 올라야 한다’고 답했으며 ‘많이 낮은 편’이라고 답한 사람도 23%였다. ‘적정 수준’이라고 말한 응답자는 27%를 차지했다.
‘2011년 국제물류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엔 ‘2010년과 비슷’할 것이란 응답이 84%로 대부분을 차지해 시황 반등에 의문부호를 찍었다. 9%가 ‘물동량 및 운임 회복’을 꼽았고 7%는 ‘세계 경기악화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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