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시장 올해보다 추울듯
●●●내년 컨테이너선 시황 전망은 원양항로의 상승세, 근해항로의 하락세로 요약된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연구센터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2011 세계해운시장 전망’ 포럼에서 원양항로는 선사들의 선대조정 노력에 힘입어 운임이 소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근해항로는 물동량 감소 및 공급 증가로 운임 하락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 해상 물동량 두 자릿수 성장
김 센터장은 수요 측면에서 내년 해상물동량은 올해보다 10.9% 늘어난 1억5300만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억2400만TEU였던 세계 해상물동량은 올해 11.3% 성장한 1억3800만TEU를 기록한 뒤 내년에도 두 자릿수의 증가곡선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관련 클락슨은 올해 예상 물동량을 2월 1억3천만TEU로 전망한 뒤 5월 1억1억3600만TEU, 8월 1억3800만TEU로 매 분기마다 올려 잡고 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주요국의 산업생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반전한 이후 내년 9월까지 플러스 성장세가 지속되는 등 물동량 증가세에 호전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주요국 경기가 속도는 더디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해상물동량 성장에 긍정적이다.
김 센터장은 내년 북미항로 물동량은 2230만TEU를 기록, 금융위기 이전 사상 최고치였던 2007년의 2110만TEU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IMF와 OECD는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낮지만 2%대 초반의 플러스 성장으로 전망했다.
내년 유럽항로 물동량은 1910만TEU로, 올해보다 10.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 센터장은 올해 1730만TEU를 기록한 뒤 내년에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지역의 경우 EU 재정위기 이후 EU와 IMF가 구제금융 재원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해소에 노력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란 평가다. 최근 유럽연합위원회(EC)는 기존 0.9%에서 1.7%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높여 잡은 바 있다.
수요보다 느린 공급 성장속도 ‘긍정적’
수요 성장과 비교해 공급 증가율은 내년에 6%대 수준이 점쳐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세계 컨테이너선 공급규모는 올해 9.6% 증가해 1413만3천TEU에 이른 뒤 내년엔 1504만7천TEU에 달해, 올해보다 6.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인도량은 올해 140만1천TEU로 1년 전 대비 25% 늘어났다가 내년엔 100만6800TEU로 2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1~2년 동안 8천TEU급 이상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의 비중이 커질 것이란 점은 시장 환경 변화에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포스트파나막스 선박의 비중은 지난해 14.7%에서 올해 16.5%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엔 101척의 8천TEU급 이상 선박이 해운시장에 들어올 전망이다.
해체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 추세다. 올해 해체량은 17만2천TEU로 지난해 대비 54% 감소하고, 내년에도 40%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계선량은 연말 비수기를 거치면서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10월 말 기준 계선량은 전체 선복량의 2% 수준인 총 138척 28만9천TEU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연말엔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수요 하락으로 비중이 5%로 확대될 전망이다. 계선 확대는 공급량 증가를 둔화시켜 운임하락을 방어하는 기제가 됨은 물론이다.
원양 운임지수 3분기 예측치보다 상향 조정
이 같은 수급 상황을 바탕으로 김 센터장은 원양항로와 근해항로의 내년 한해 시황 흐름을 분석했다.
원양항로는 태평양항로의 경우 물동량의 완만한 증가와 선사들의 합리적인 선대 조정, 운영 등으로 운임 상승을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2012년 이후 인도되는 신조선들로 인해 선복량의 증가가 운임 상승에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됐다.
KMI 패널 조사 결과 북미 수출항로의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운임지수(2003년 4분기=100)는 각각 105.8 105.1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3분기에 예상했던 수준보다 3.1포인트 0.7포인트 오른 것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향후 시장 전망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미 수입항로는 같은 기간 103.6 105.3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3분기 예상치에 비해 상반기는 0.8포인트 하락했지만 하반기는 0.4포인트 올랐다.
유럽항로는 경기회복에 따른 물동량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운임이 소폭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유럽수출항로 운임지수는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96.5 97을 기록할 것이라고 패널들은 예측했다. 3분기 전망 대비 1.8 1.9포인트씩 각각 상향 조정됐다. 유럽 수입항로 운임지수는 같은 기간 93.5 96.5로 예상됐다. 이 항로도 3분기 전망에 비해 0.3 4.7포인트 상승했다.
김 센터장은 각 항로의 물동량 증가, 선사들의 운임인상, 항로합리화의 지속적인 추진, 선사간 전략적 제휴 강화 등으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완만한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총평했다.
반면 근해항로는 동남아항로 한중항로 한일항로 한러항로 4곳 모두 운임 하락세가 예상됐다. 운임 지수도 3분기 예측치와 비교해 최대 8포인트까지 하향 조정됐다.
김 센터장은 동남아항로는 물량은 일부 증가함에도 신설 노선 증가로, 한중항로는 수출입 불균형의 가중과 내년 항로 개방으로 운임 하락세가 점쳐진다고 말했다.
또 한일항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엔고로 인한 수입물량 감소로, 한러항로는 러시아 신년 휴가철 통관 지연을 우려한 화물감소가 예상되는 한편 공급 선복은 늘어나 각각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내년 평균 BDI 2600 전망…올해보다 200p↓
내년 벌크선 시장은 올해보다 하락세가 점쳐진다. 연구기관 뿐 아니라 해운업계에서도 내년 전망을 불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우호 센터장은 “내년 벌크선 운임지수(BDI) 평균이 약 2600포인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한해 잠정치인 2837보다 약 200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김 센터장은 건화물선 전체 물동량이 6.2% 증가해 총 34억6500만t을 기록하고 인도예정인 신조선이 인도 연기, 발주 취소 등으로 약 60%만이 실제로 인도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인도가 예정된 신조선은 케이프선박의 경우 기존 선대의 27%인 4160만DWT(재화중량톤)에 이르며, 파나막스선은 20.5%인 2710만DWT, 핸디막스선은 18.3%인 1300만DWT다.
김 센터장은 다만 “항만체선 공선운항 계선 노후선박 해체 등의 공급조절효과가 작동할 경우 내년 연평균 BDI는 3000포인트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MI 패널들은 내년 BDI 평균을 2500으로 전망해 KMI 자체 전망보다 암울한 미래를 예고했다. 패널들은 케이프사이즈운임지수(BCI)가 3150을 약간 넘어서고 파나막스운임지수(BPI)는 3063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 상대적으로 케이프 선형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주목되고 있다.
해운시황 긍정론 전도사였던 STX 정갑선 전무도 비관론으로 스탠스를 바꿨다. 정 전무는 “선사들이 많은 양의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데 이를 감당해낼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벌크선박량이 4000만DWT 늘어났으며, 올해엔 7500만~8천만DWT가 늘어나고 내년에도 8천만DWT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적으로 늘어나던 양의 5~6배가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9년 초 4억DWT였던 전체 선대는 내년 연말 6억DWT를 넘어서게 된다”며 “전체 선복의 절반가량이 지난 3년 동안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무는 그동안 중국이 선박 증가량을 흡수해왔지만 앞으로는 최근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배는 50% 늘어났는데 물량은 14% 늘어났으며, 내년엔 배가 13% 늘어나는데 물량은 6% 늘어난다고 하는데 원가 이상 시장이 된다는 게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프 운임 변동성에 유의
향후 시장 전망이 하락세로 점쳐지는 가운데 선사들의 대응전략 마련도 요구된다.
김우호 센터장은 “케이프사이즈 선박 운영선사의 경우 장기계약 화주확보 등을 통해 선박 활용도를 제고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선형인 케이프 선박의 단기운임 변동성이 올해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타 선형에 비해선 크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 게다가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가 본격적으로 자사의 인더스트리얼 캐리어를 운영할 경우 단기운임시장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파나막스 이하 선박의 경우 새로운 시장 기회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파나막스급 선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40만DWT(차이나막스)급 선박이 발레사의 아시아 허브항만(말레이시아)에 기항할 경우 역내 운송을 위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핸디막스급 이하 선박은 중국 연안 물동량 증가로 선박 흡수효과가 증대되면서 반사적으로 시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 대형 철광석 항만이 건설되면서 중국내 허브앤드스포크 물류 전략으로 핸디막스급 이하 선박의 수요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중국 칭다오항의 경우 2005년 11월 20만t 규모의 철광석 부두 1개 선석을 이미 개장했으며 올해 12월 말에 30만t 규모의 철광석 부두 1개 선석을 개장할 예정이다.
<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