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8 08:37

국내대형화주, 제도 탓하기 앞서 경쟁력 키워야

가뜩이나 극심한 해운경기침체로 물량 확보가 별따기인 요즘 국적외항업체들은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국적외항업계에 일본선사 경계령이 내린 것이다. 관련업계에 의하면 저렴한 운임공세로 일본 선사들이 국적외항업체들을 제치고 국내 대형 화주들로부터 잇따라 장기운송계약(COA)을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입찰에서는 장기운송화물을 확보치 못하고 자국 시장에서도 일본선사에 뒤쳐지면서 국적외항업체들의 초조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적외항업계는 국내 대형화주 화물 운송권이 외국선사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누차 지적해 왔지만 국내 대형화주의 장기운송계약 화물이 외국선사 특히 일본선사로 계속 넘어가고 있어 더욱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NYK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동서발전이 최근 발주한 인도네시아ㆍ호주 석탄 수입 COA를 따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 입찰에는 국적외항선사 4개사도 참여했으나 결국 NYK가 수송물량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입찰의 자세한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본선사 NYK가 국적외항선사에 비해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동서발전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NYK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건은 연간 수송규모나 액수로 볼때 매우 큰 입찰은 아니었지만 세계 동반 경제침체속에서 물동량이 크게 감소해 선사들로선 안정적 물량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적외항선사들이 국내 대형화주의 장기운송계약을 일본 등 외국 선사에 내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서부발전은 지난해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에 대한 장기운송 계약사업자로 일본 선사 K-Line과 MOL을 낙점했고 아울러 이달 말쯤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 되는 남동발전의 발주 건도 NYK가 입찰 자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전(자회사 포함)과 포스코의 경우 전체 대량 화물 운송량 중 10~16% 가량(2008년 기준)을 일본 등 외국 선사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등 외국 선사들이 이같이 국내 대형화주의 장기운송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는 것은 금융비용 조달이 핵심인 해운업계에서 일본 선사들이 초저금리라는 최대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우리선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입찰에 외국선사의 입찰 참여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 등이 지명입찰제와 수의계약방식의 입찰을 통해 자국 업체가 아니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문턱을 낮춰 경쟁력 있는 업체와 계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셈이다.

이에 국적외항선사들에게 우선적인 운송권을 부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해운업계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제도적인 개선이 쉬운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현상황하에선 국적외항선사들이 입찰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입찰이 외국선사에게 개방이 돼있고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들도 민영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지니스차원의 논리를 뒤엎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외국 선사의 입찰을 제한하고 국적외항선사만이 입찰에 참여시 단가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핵심 전략물자 운송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고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현재로선 국적외항선사들이 경쟁력을 제고해 장기운송계약 등 대형 계약이 외국선사 등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면밀히 참조해 국적선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국적외항선사들의 경쟁력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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