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1 09:20
2007년 매출액 기준으로 7위권 국적외항선사인 삼선로직스가 지난 6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우려대로 그 파장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용대선 사슬 구조가 삼선로직스 법정관리 신청 충격파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이같은 해운업계의 파행적 거래구조 관계로 인해 한 선사가 무너질 경우 선사간, 선사와 해운브로커간 그리고 금융권간 거래의 파열음 소음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선로직스에 벌크선박을 용선해 준 선사나 브로커만도 상당수가 되고 또 삼선로직스가 타선사에 선박을 빌려 준 선사도 예상외로 많을 것으로 보여 자금 유동성이 취약한 해운회사들의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선로직스가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당연히 채권, 채무적 문제에 있어 시간을 벌자는 의미가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 채무가 동결돼 삼선측으로선 어느정도 숨고르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삼선측에 벌크선을 빌려준 업체들은 용선료를 받지 못해 그만큼 힘들 것이 뻔하다.
해운전문가들은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도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9일 삼선로직스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에 따라 50억원의 부실 여신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해운업의 특성상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단계에서부터 금융권에는 2,3차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해 5월 1만대의 최고점에서 같은 해 12월 600포인대의 최저점을 오간 건화물선 운임지수로 인해 벌크선사들은 사실 채 1년도 안된 시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최고조의 시황이 몇 년간 지속되면서 자사선을 갖지도 않은 부정기선사들이 수십개 생긴 것도 최근 벌크선업계를 더욱 혼돈에 빠지게 하고 있다.
철광석 등 벌크화물은 넘쳐나는데 이를 실어나를 선박이 부족하다 보니 수급 불균형에 의해 운임이나 선박 용선료는 하늘을 치솟을처럼 가파르게 상승해 선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이용한 기존 유수선사들은 물론이고 신생선사들도 용대선을 잘 이용하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자사선을 갖고 화물을 집화해 수송하며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용대선거래를 최대한 활용해 용선료나 대선료를 챙기는 쪽이 매우 유리했던 초호황시절, 선사로서는 전자는 뒷전이고 후자를 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 선사가 용선한 배가 많게는 10여개사와 얽혀 있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삼선로직스 사태로 인한 피해 상황은 예상보다 피해선사나 액수면에서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건화물선운임지수의 거품이 푹 꺼지면서 해외 벌크선사들의 파산이 외신을 타고 소개되면서 국내 벌크선업계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외국선사들과도 용대선 관계를 유지하는 국내 벌크선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파장의 영향권에 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에서 였기 때문이다.
특히 벌크선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빌려준 선박들을 시황을 곤두박질치면서 조기 반선이 늘어난 것이다. 이로인해 서로 얽힌 선사들간의 피해가 속출해 상당수의 선사나 해운브로커들은 배를 빌려 온 선사오 소송이 걸리고 한편에선 용선을 해 준 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하는 한마디로 피말리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엄습해 온 것이다. 전문성이 강한 해운시장으로선 종전 친구였던 선사가 지금은 적이 돼 버린 꼴이 된 셈이다.
파크로드의 디폴트 선언과 삼선로직스의 법정관리 신청은 국내 해운업계에 큰 충격을 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신세 한탄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번 해운불황은 전대미문의 세계 전반의 경제침체로 인한 것이기에 구조적으로 보아도 해운시황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미국, 중국 등 몇몇 주요국가들의 경기에 의해 해운시황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경기부양책등이 효력을 발생할 시 예상보다 빠르게 시황이 상승세를 탈 수도 있다. 현재 이러한 상황이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어 해운선사들은 이같은 건화물선 운임지수(BDI)의 급등세가 지속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 벌크선운임지수의 급등세에 엇갈린 해석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철광석 수입 재개 등 몇가지 호재들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BDI지수가 2천포인트대를 향하고 있고 미국의 주택경기 추락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나가는 가구류의 컨테이너화물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점을 고려할 때 보다 긍정적인 평가가 앞선다. 앞으로 해운시황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도 거미줄처럼 얽힌 용대선문제로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번 해운불황이 해운업계 전반의 비합리적이고 파행적인 관행을 제도가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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