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선품 수입 높은 성장세
●●●세계 해운업계의 냉동화물 수송시장은 최근 들어 선박대형화와 함께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에선 최근 나라 안팍으로 떠들썩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와 맞물려 냉동화물 수송이 조명받고 있다.
드류리쉬핑컨설턴트(DSC)와 글로벌인사이트(GI) 따르면 냉동컨테이너 화물은 지난 10년간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냉동화물은 지난 1995년 84만6천t에서 2005년 1억3217만t으로 매년 4.6%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여왔다.
2015년에 이르면 2005년 대비 50.9% 늘어난 1억995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중 해상으로 수송되는 물동량은 2006년 7300만t에서 2015년 1억460만t으로 연평균 4.1%씩 확대될 전망이다. 전세계 해상냉동화물량은 지난 2004년 450만5천TEU에서 2005년 473만TEU, 2006년 495만6천TEU로 매년 4.8%씩 성장해왔다.
이처럼 냉동·냉장화물 수송시장은 컨테이너 수송기술의 발전과 선박 속도의 향상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화훼류를 비롯해 활어에서 혈장까지도 냉동컨테이너를 통해 수송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항공화물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반도체까지 냉동컨테이너를 통한 수송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선사들 냉동「컨」 수송능력 확대
해마다 5% 안팎의 견실한 성장세는 선사들로 하여금 과감한 투자로 이어지게 했다. 컨테이너라이제이션 인터내셔널(CI)에 따르면 올해 1분기동안 세계 해운시장에 111척의 컨테이너선이 인도된 가운데 이들 선박의 냉동컨테이너 수송능력은 7만462TEU(전기플러그 4만4천개)로 전년대비 27.4%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선 60%나 늘어난 수치다.
선박에서 냉동화물 수송공간이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분기 신조선의 냉동컨테이너 수송능력 비중은 전체 선복량 41만2893TEU의 17%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보다 2%포인트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분기 예측치였던 16.5%도 넘어선다.
냉동컨테이너의 수송능력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무엇보다 1만TEU급 포스트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 인도 등 선박 대형화 추세를 들 지 않을 수 없다. 이 기간 인도된 신조선 중 1천TEU급 이상 선박 93척 중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머스크라인의 오이겐 머스크(Eugen Maersk)호 등 3척이었으며 8천TEU급 이상 선박은 16척에 이른다.
컨테이너선에서의 냉동화물 수송능력 확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5년동안 인도 예정인 신조선 579만603TEU중 냉동화물 선복은 82만6188TEU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럴 경우 전체선복량 대비 냉동화물 선복 비중은 14.3%를 차지하게 된다. 향후 5년간 인도되는 8천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275만5498TEU중 냉동화물 수송능력은 13.3%인 36만6천TEU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비교해 3천TEU급 이하 선박의 경우 같은 기간 전체 선복량(75만398TEU) 중 냉동화물 수송능력 비중은 19.3%(14만5천TEU)에 이르러 냉동화물 수송능력은 소형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전망이다.
선사들은 8천TEU급 대형 신조선의 냉동화물 선복량 44%를 중국의 급성장세와 함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맞추고 있다. 극동-남미, 극동-남아프리카, 극동-중동 항로에서 냉동화물 흐름은 상당한 성장일로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남미항로도 쇠고기 및 과일류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선사들이 주시하고 있는 항로중에 하나다.
컨테이너선의 냉동화물 수송 역할이 커지는 반면 전통적으로 냉동화물시장을 형성해왔던 냉동화물 전용선 시장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DSC는 냉동화물 전용선 수는 지난 1999년 878척에서 지난해 786척으로, 2800㎥가량 선복량이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냉동화물 전용선사인 CSAV, 사프마린, 함부르크 수드 등은 컨테이너선 신조투자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냉동컨테이너(Refrigerated Container)는 과일, 야채, 생선, 육류 따위와 같이 보냉이나 보열이 필요한 화물 운반에 이용되며 보통 리퍼컨테이너로도 불린다. 규격은 일반컨테이너(Dry container)와 같지만 온도조절 장치가 붙어 있어 섭씨 -28°~+26°까지 임의 조절이 가능하다.
냉동컨테이너는 수출시 공장출하 후 선적항까지 차량 수송중에도 냉동장치가 가동돼야 한다. 부두 장치장에서 통관 또는 선적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전원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배에 선적해서도 전원장치에 연결해 화물이 변질되지 않도록 보냉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냉동컨테이너는 일반컨테이너보다 운송료나 하역료, 해상 운임이 몇 배 이상 비싼 편이다.
냉동화물 수송시장의 성장으로 냉동컨테이너 생산량도 크게 늘고 있다. CI의 ‘2008 세계컨테이너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컨테이너 신조시장은 매우 호황이었다.
지난해 냉동컨테이너 생산량은 총 11만755개로, 수송능력은 22만4천TEU에 이른다. 2005년의 17만TEU(9만개), 17만6천TEU(9만6천개)와 비교해 30% 안팎의 높은 신장세다. 냉동컨테이너는 40피트 하이큐브형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신조 냉동컨테이너중 이 사이즈는 10만4500개로 전체 생산량의 93%를 차지했다. 나머지 20피트(TEU)와 40피트(FEU)형은 각각 5%와 2%에 불과했다.
고수익성 냉동화물 수송 매력적
국내 냉동컨테이너 화물은 수입화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산물이나 배, 밤 등의 과일류, 야채나 김치 등의 식료품 등이 냉동·냉장 형태로 수출되기도 하나 공산품과 비교해 1%도 안될 만큼 매우 적은 양이다. 특히 김치는 중국산 김치 여파로 수출량이 크게 감소했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냉동·냉장화물의 경우 육류와 과일, 수산물 등이 다양하게 들어오고 있다. 쇠고기는 미국산이 지난 2003년 수입 금지된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고 돼지고기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70% 가까이 들어오고 있다.
쇠고기는 지난 1998년 이후 연평균 9.8%씩 수입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3년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된 이후 이듬해인 2004년 한해 54.7% 감소하기도 했으나 2005년부터 다시 높은 상승세를 타며 지난해엔 13%의 성장률로 20만t을 넘어섰다.
돼지고기 수입량은 육류 소비량이 크게 늘면서 지난 1998년 이후 연평균 18%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3년 이후부턴 증가세가 한해 80%에 육박하기도 하는 등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25만t에 육박하는 물량이 국내로 들어왔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입량을 TEU로 환산할 경우 2만TEU에 이른다.
과일류 수입은 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봄이나 겨울철에 많이 이뤄진다. 미국에서 오렌지가, 칠레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지역에서 포도나 키위 등이 수입되고 있다. 바나나는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이 주요 수입처다. 바나나는 냉동화물 전용선을 이용하기도 하나 컨테이너선으로 수송형태가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과일 수입량은 2002년 34만t에서 2004년 44만t, 2006년 55만t 등 2년마다 10만t씩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칠레산 포도는 지난 2004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매년 40% 이상의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엔 60% 이상 늘어난 2만4천t을 넘어섰다.
이밖에 식료품이나 와인, 홍어등 수산물도 냉동컨테이너 수송을 통해 들어오는 주요 품목중 하나다.
국내 냉동화물 수송은 국적선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의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외국선사로는 머스크라인이나 하파그로이드, 함부르크수드, CSAV 등이 주요 수송선사다.
냉동화물 수송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컨테이너당 운송단가가 매우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변질되기 쉬운 품목들이 대부분이어서 항상 전원공급이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신경 쓸 일도 많기 때문이다. 수입 냉동화물 수송운임은 유럽항로의 경우 TEU당 식료품이 1600~1700달러에 이른다. 200~300달러 가량인 일반화물과 비교할 때 기본운임으로만 따져서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선사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가할증료(BAF)를 포함한 전체 운임으로 계산해도 냉동화물은 일반화물보다 3배이상 비싸다”며 “냉동화물 수송시장은 비록 일반화물과 비교해 물량 면에선 매우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수익성 면에선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경 쓸 일이 많다는 점은 곧 냉동화물의 단점이기도 하다. 선사들은 냉동화물은 수송이 끝난 이후에도 각종 화물손상에 따른 클레임 제기가 높다고 전한다. 특히 신선도 유지가 생명인 과일 등의 냉장화물일 경우 수입한 하주들은 제품이 변질되면 선사들에게 그 책임을 1차적으로 따지게 된다. 온도조절에 실패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제품 변질이 선박수송에서 발생했는지 육로수송과정에서 발생했는지 또는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했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클레임률로 선사들은 냉동화물 운임은 선불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냉동화물은 검역이 까다로운 점도 수송상 애로사항이다. 냉동화물들은 B/L(선하증권)상의 컨테이너 봉인번호(Seal number)가 원산지증명서상의 그것과 다를 경우 검역자체가 불허돼 곤욕을 치르게 된다.
게다가 부두 장치장에 장기적으로 방치될 경우 선사들이 전기료나 높은 하역료를 고스란히 물어야 해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선사들은 장치기간이 5일만 넘으면 곧바로 하주에 이를 처리해 줄 것을 통보한다. 실제로 모선사의 경우 헝가리에서 수송돼 온 돼지고기 화물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해 하주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냉동화물은 수출입 불균형이 크다는 점도 선사들의 고민거리다. 현재 수출물동량은 수입물동량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수출 노선에서 냉동선복은 텅텅 비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곧 장비관리 측면에서 선사들에게 비용상승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선사들은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노선에서 냉동컨테이너에 일반화물을 싣는 RAD(Reefer As Dry)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에 따른 냉동화물 수송시장 활성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입이 금지되던 해인 2003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20만t 가량. 이들 물량이 전량 다 들어오진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 호주항로보다 운임이 높은 미국항로의 물동량 증가는 선사들에게 호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다만 정부가 전국을 요동치게 하고 있는 광우병 논란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쇠고기 수입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수입이 다시 된다 해도 물동량이 가시적인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선사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다 해도 수입업자들이나 소비자들이나 한동안 관망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클리어하게 되고 국내 상황이 잠잠해지기 전까지 수입재개에 따른 물동량 성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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