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1 09:21
해양부의 단골소재 존폐론과 해운업계의 위상 재정립
10년전 국민정부가 들어설 때 폐지 일보직전까지 갔던 해양수산부가 기사회생해 살아났던 기억이 역력하다. 국민정부시절 해양수산부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했었다. 국민의정부 시절 신설 2년만에 상당한 단계까지 통폐합 논의가 진전됐지만 결국 국회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참여정부시절에는 노무현대통령의 해양부장관 전력 덕분으로 가장 잘 나간 부처중의 하나로 인식됐던 해양수산부가 이명박정부 인수위에서 또다시 통폐합의 도마위에 올라 살얼음을 걷게 됐다.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지난 5년간 통폐합 논의가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결국 해양수산부의 존폐 위기는 또 다시 찾아온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해양수산부 출신 대통령이 오히려 해양수산부의 통폐합 분위기를 조성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해양수산부를 농림부와 통폐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1996년 8월 8일 출범 이후 약 1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해양수산부는 밀접한 산업적 기능위주가 아닌 바다를 중심으로 한 해양, 해운, 수산분야를 묶어 급조되다시피한 부처였기에 항상 정부조직개편때면 단골소재로 입방아에 오르기 일쑤였다.
해운정책이 부(部)이하 해운항만청에서 관장하다보니 항상 국무회의에도 참석치 못하는 홀대를 받아 해운산업이 기간산업으로서 제 위상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던 점을 매우 안타깝게 여긴 해운항만인들의 열망이 결실을 맺어 탄생한 것이 해양수산부이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마다 업계의 단결된 모습이 큰 힘이 됐다.
이명박정부의 인수위가 부처를 줄이기 위해 그 희생양으로 해양수산부 통폐합안을 우선적으로 들고 나올 것이란 예상은 당초 하지 못했다. 물론 노무현대통령이 해양부장관을 지내고 해양부 출신관료들이 청와대에서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자리에 까지 앉아있었던 것과 지난해 연말 태안 앞바다에서 국내 사상 초유의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인수위의 해양부에 대한 신뢰나 정치적 부담이 통폐합쪽으로 갈 수 있다는 여운은 갖고 있었다.
21세기는 해양시대로 전세계적으로 해양강국을 향한 정책이 주목을 받고 해운강국인 일본과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해양수산부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마당에 해양수산부를 농림부와 통폐합하겠다는 안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잘못된 선택임을 해운항만업계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와 관련된 산업군을 이끄는 경제부처로 발족이 됐지만 조선을 비롯한 각종 해양관련 산업과 관광, 환경 등 중요한 부분의 관리감독권이 타부처에 있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의 정책적 권한은 별 힘을 못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양수산부는 또 태생때부터 기능별로 상이한 해운, 수산, 해양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다 보니 결집력이 약했던 것도 통폐합 우선순위에 오르게 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동북아 물류중심국을 지향하는 참여정부에서 해양수산부의 역할은 매우 컸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해운산업만을 관장하는 부처의 역할에 한계를 느꼈으리라 본다. 해운, 항공, 철도 등 복합일관수송체계가 절실한 물류분야의 숙제를 해양수산부, 건교부 등으로 갈라져 있는 정책기능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물류전문가들의 권고가 이번 해양부의 통폐합안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양수산부의 통폐합안이 본지가 발행되는 14일(월) 이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성공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해양수산부의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부산, 인천, 광양 등 항만도시에선 동북아 물류허브를 선점하기 위해선 해운물류, 항만분야를 전담으로 다루는 부처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해양수산부의 통폐합 해체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이지만 10년전을 상기할 때 국회에서 해양수산부의 통폐합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해양수산부의 존치를 위해 해운항만인들의 보다 단합된 모습이 절실하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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