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6 18:25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는 고유가시대, 미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900원대의 최악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액은 상식선을 넘어선 최고액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월 수출액은 월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정부측은 밝히고 있다. 여러 악재속에서 수출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속 내막을 들여다 보면 수출업체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 답답하기만 하다.
겉으로만 보면 수출실적은 기분좋은 호조세다. 지난달 수출실적은 월간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 수출은 목표치보다 50억달러 많은 3,7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수출단가는 제자리 수준이어서 물량위주의 수출로 무역업체들은 그야말로 속빈강정 꼴이 되고 만 셈이다. 수출물량은 2005년 9.1%에서 2006년에는 14.5%, 올 1~10월은 13.9%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출단가는 지난 2004년 7.5% 상승한 이후 2005년 1.3%로 증가율이 크게 낮아진데 이어 작년에는 0.3% 하락했고 금년에는 0.1% 오르는데 그쳤다. 수출기업 채산성은 10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2분기 반짝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 덕분에 수출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며 추세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편 전체 수출업체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5~2006년 2년동안 평균 6.1%로 내수기업 8.5%보다 낮았고 올들어선 5.4%로 더 떨어졌다. 특히 중소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두드러 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중 중소 수출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8%로 지난 2년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고 대기업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응용기기와 의류 품목의 수출은 1~9월중에 10%이상 감소했다.
올들어 부품, 소재 등 자본재 수출이 25.5%나 늘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지만 착시현상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이같은 지적은 자본재와 원자재 수출이 우리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집중돼 있는 아시아지역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중국을 포함한 아세안 국가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2005년 14%에서 지난해 17%, 금년에 19.3% 등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인건비가 싼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늘면서 부품소재를 자사 생산기지로 수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모기업이 버텨주니까 괜찮지만 모기업이 흔들릴 경우 수출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앞선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반면 대 선진국 수출이 저조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등 메이저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면 R&D를 통한 상품의 고부가가치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와 중동, 러시아 등 개도국 수출은 지난해 16.7% 증가한데 이어 올들어 18.2%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선진국 수출은 올해 평균 5.2%에 그쳤다. 미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4.8%에 머물렀고 일본, 캐나다, 호주 등에 대한 수출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수출업체들이 고유가, 달러약세 등 최악의 수출환경하에서 까먹은 영업이익을 어느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물량위주로 밀고 나가고 있는 전략은 수출물동량의 증가에 긍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어 해운업계로선 오히려 고마운 일일지도 모른다. 해운업계도 달러화 하락에 대한 환차손, 고유가에 의한 선박운항비 급증으로 걱정이 태산이지만 수출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위안을 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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