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대출 용도제한조치와 대 해운산업 인식부재

아직도 정부당국이나 금융기관등이 해운기업들의 경영시스템을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번 외화대출 용도제한 조치와 관련해서 이같은 상황이 잘 입증되고 있다.

해운업계는 국제산업이기에 외환거래나 환율변동의 정책 전환정도에 따라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해운산업에 대한 외화대출 용도제한으로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한국선주협회는 발빠르게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 한국은행장 앞으로 건의서를 보내 눈길을 모았다. 선협은 동 건의서를 통해 지난 8월 10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외화대출 용도제한”조치와 관련, 모든 거래가 외화로 이루어지고 있는 해운기업이 환율변동의 위험에 노출돼 해운산업의 경영안정을 크게 저하시키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운기업은 선박금융을 은행으로부터 차입해 조선소에 지불한 다음 통상 10~20년내외 장기간 분할 상환하고 있으며 모든 부채는 외화로 차입하고 있다. 이렇게 해운기업의 부채가 구성돼 있는 이유는 해운업체들의 거래가 전세계적으로 달러화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해운업체들이 만약 원화로 선박금융을 장기 차입할 시 차입기간 내내 환율변동의 리스크에 노출돼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해운기업은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자본재 산업이다. 해운기업의 부채는 10~20년, 최장 35년의 장기부채로 구성되므로 부채의 환변동에 대한 안정성은 중요한 고려사항일 수 밖에 없다.

해운기업은 외화를 차입할 때 당해차입금이 투자될 선박의 수입, 투자금 회수기간, 거래화폐, 그리고 차입금 이자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은행도 해운기업의 현금흐름, 수익구조, 결제화폐등을 고려해 대출여부, 이자율 등을 결정한다.

이에 해운기업의 환리스크에 대한 노출은 선사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른 이자율 상승 등 금융비용 증가는 해운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선협은 국내조선소와 원화로 거래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국내조선소와 선사간에는 달러로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선사는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원화를 다시 달러로 환전해 지불함에 따른 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해운선사들이 조선소와 원화로 건조계약을 체결한다 해도 선사는 은행으로부터 당해자금을 차입해 조선소에 지불한 다음 차입은행에 장기로 상환하는 형태를 취하므로 선사는 여전히 환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국내 조선산업은 현재 호황으로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조치가 지속될 시 국내 해운선사들은 외국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케 돼 국내 조선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해운경영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야기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로인해 제조업과의 형평성 결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운기업의 기초자산인 선박은 제조업체의 설비와 전혀 차이가 없다.

따라서 제조업체의 국내 시설자금에 대해선 외화 대출을 허용하면서도 해운기업의 선박투자에 대해선 이를 제한하는 것은 본제도의 시행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선주협회는 강력히 주장했다. 해운산업은 우리경제가 큰 위기를 닥칠 때마다 항상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며 묵묵히 해운, 무역강국의 입지를 다지는데 공헌해 왔다. 정부기관들은 해운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