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7 09:44
인천항이 우리나라 港灣史를 새롭게 쓰고 있다. 항운노조에 독점돼 온 항만노무자의 채용과 업무배정등이 항만노무자의 상용화로 전격 바뀌면서 인천항이 근대적 항만으로 모습을 갖춘 이후 101년만에 처음으로 항만하역근로자를 공개 채용하게 된 것이다. 정부와 하역업체, 인천항만노조가 공동으로 구성된 인천항 인력관리위원회가 지난 12일 하역 일용직 근로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항만노무자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북아 물류중심국을 지향한 정부로서는 물류허브라 할 수 있는 우리 항만의 저생산성이 항상 마음에 걸렸었다.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클로즈드 숍 제도의 항운노조체제하에서 높은 인건비와 불합리한 노무 관리는 노사정간에 풀어야 할 가장 심각한 난제였다. 우리 항만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물류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선 화물처리시스템을 첨단화, 자동화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는 인력 구조 조정이 뒤따라야 했고 이는 심각한 노사대립과 자칫하면 항만폐쇄 등의 막대한 리스크를 안아야 했다. 때문에 지난 1975년부터 논의됐던 항운노조원의 상용화라는 난제는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던 것이다. 물론 열악한 환경하에서 근무해 온 항만하역 노무자들은 최전방에서 한국경제의 부흥에 기여한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제는 항운노조의 폐쇄된 조직문화로 인해 생산성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인건비는 갈수록 큰 부담이 돼 국가경제의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강력한 저항을 무릅쓰고 부산항과 인천항의 항만노무자 상용화를 위한 드라이브를 강력히 걸어왔다. 정부와 항만하역업체의 끊임없는 개선의 노력에 항운노조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답을 보낸 것이다. 한마디로 항만사에 있어 대역사를 일구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5년부터 노·사·정 모든 주체는 수십차례의 협상을 거듭하면서 항운노조의 개편을 통해 항만노무자의 상용화를 이룩해 낸 것이다.
부산항은 지난해 11월, 평택항은 지난 3월 그리고 인천항은 지난 7월 항운노조 개편을 이뤄냈다,
대량실업과 장기간의 항만폐쇄까지 야기했던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항운노조 개혁과정과 달리 단 한차례의 파업도 없이 대화와 타협으로 100여년간의 관행을 깨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항만노무자의 상용화는 물류기업으로선 엄청난 우군을 얻은 셈이다. 인력운용과 장비도입을 효율화할 수 있게 됐고 노무자들의 임금수준과 정년 등을 노사합의에 의해 더욱 바람직한 방향에서 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항만노무 시스템의 개혁은 항만업계에 국한된 대변화가 아니라 우리 국가경제에 엄청난 경쟁력을 불어넣어 준 대사건이다.
또 가장 풀기 힘든 사안으로 꼽혔던 항운노조의 개편을 노사정이 민주적인 타협으로 실현했다는 자신감이 우리경제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노사가 대립의 각만 세우고 대타협을 보지 못한채 노조파업으로 비화되는 회사와 노사안정의 길을 걷고 있는 회사간의 극명한 비교가 요즘 몇몇 굴지의 기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항운노조가 막강한 노무관리체제를 벗어던지고 상용화의 길을 택하게 된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고 노사정 화합의 길을 택한 항운노조와 노사정 타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온 해양부, 그리고 인내와 노력으로 경쟁력있는 항만노무시스템을 이룬 항만하역업체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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