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4 13:31
최근 세계해운시장이 수급문제가 불거지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복과잉현상이 심화되자 선사들의 운임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하주와의 관계에서도 2~3년전 해운호황기 시장을 선점한 해운기업들의 당당함이 최근에는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선사와 하주와의 관계는 상생하는 협력체라는 점에서 누가 시장의 주도권 잡는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만 시황변화에 따라 선사와 하주 관계는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항로에 초대형 선박들이 경쟁적으로 투입되면서 물동량 증가세에 비해 선복량 과잉을 우려했던 선사들은 심리적 부담감에 운임계약에 있어 시세보다 낮은 요율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운시장 주도권이 자연스레 선사에서 하주기업쪽으로 옮겨간 셈이다.
구주항로의 경우는 지난해 하반기 선복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중국발 물량이 호조를 보이면서 하주들이 스페이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실제 시장운임은 하락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선사들이 잘못된 예측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량을 너무 과잉상태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향후 해운환경변화를 분석해 보면 해운시장의 주도권이 점차 하주기업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전망들을 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유럽연합(EU)이 정기선 해운동맹을 폐지하는 2008년 10월을 기점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주목된다.
세계해운시장에서 선사의 지위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신조 발주 선박들이 대량으로 항로에 투입된 지난 해 말부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운시장에 투입되는 선박량이 물동량 증가율보다 평균 2~3% 정도 앞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선사들은 금년 초부터 시작된 대형하주들과의 운임협상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2008년까지 선복 과잉률이 5%를 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유럽연합의 해운동맹 폐지 결정으로 하주단체들의 입김이 더욱 강해 질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그 동안 3년 여 작업 끝에 컨테이너 정기 선사에 대해 허용하던 독점금지법 면제조항을 폐지하기로 최근 최종 확정했다.
하주들은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앞으로 선사와의 거래에서 보다 대등한 관계에 접어 들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세계 하주 포럼은 그 동안 선사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컨테이너 화물을 볼모(?)로 잡고 가격 담합행위를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그 동안 선사들에 맞서 강력한 이익단체로 활동해 왔던 세계하주포럼은 최근 단체의 이름을 현재와 같이 바꾼 것을 계기로 선사와의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선사의 입지가 흔들리고 하주의 지위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유엔에서 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제화물운송법 협약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 등에서 선박 톤 세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선사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도입한 이 제도를 일몰제에 넣어 향후에 존폐 여부를 다시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해운전문가들은 앞으로 각 산업부문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전통적으로 해운기업에 인정되던 혜택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해운시장이 안정되고 해운선사들의 경영이 안정을 유지할 때 보다 양질의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하주의 지혜로운 대처가 절실하다 하겠다.
< 정창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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