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14 18:23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업계, 인수합병 소용돌이
HPH·PSA등 4강 ‘세불리기’본격화
선사들, GTO독점 맞서 ‘맞불 M&A’전망
●●● 대형 정기선사 사이의 인수·합병(M&A)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업계의 M&A와 덩치 키우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발행된 JOC(Journal of Commerce)와 드류리 컨설팅 등의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당분간 글로벌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업체(GTO)를 중심으로 몸집 불리기가 지속되어 세계 터미널 운영업계는 4강 구도로 재편되는 과점체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의 토호국가 두바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디피 월드(DP World)가 영국의 피앤오 포츠(P&O Ports)를 68억 달러에 인수, 2005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을 기준으로 세계 4위로 부상한 이후 크고 작은 인수·합병이 일어나고 있다.
디피 월드와 함께 피앤오 포츠 인수 경쟁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싱가포르의 PSA가 중국계 허치슨 포츠 홀딩스(HPH)의 지분 20%를 43억9000만 달러에 매입,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는 같은 투자회사인 호주의 맥커리 은행을 제치고, 최근 영국의 최대 터미널 운영업체인 ABPH(Associated British Ports Holdings)를 52억달러에 매입했다.
또 앞으로 디피 월드가 인수하는데 실패한 피앤오 포츠의 미국 내 컨테이너 터미널과 최근 OOCL의 모회사인 OOIL이 매각 의사를 밝힌 북 미주 4개 터미널에 대한 매각 작업도 예정돼 있어 이를 차지하기 위한 업계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대형선사 한 곳이 선대 확충을 위해 기존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앞으로 세계 터미널 업계는 한동안 ‘새판 짜기’와 ‘새로운 주인 찾기’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터미널 업계, 4강 구도 당분간 지속
이 같은 인수·합병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업계는 허치슨과 APM 터미널, PSA, 그리고 디피 월드라는 ‘4강 체제’가 고착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빅 4’의 시장 점유율과 물동량 처리 실적이 다른 업체들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허치슨 등 글로벌 4대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 업체의 경우 2005년의 시장점유율이 거의 절반(42.4%)을 차지할 정도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가 처리한 물동량은 1억6920만 TEU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디피 월드(9.2%)를 제외하면 각 회사마다 1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운영하는 터미널이 위치한 지역 또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유럽 등 주요 기간 항로상에 있어 사실상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이 같은 4대 GTO가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업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해외 터미널 개발 및 운영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중국의 코스코 그룹을 제외하면, 다른 업체들의 경우 항만 개발이나 매물로 나오는 터미널을 인수할 여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해운경기 활황과 향후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컨테이너 터미널이 앞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들이 터미널을 인수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어 대규모 자금 동원 능력이 없는 터미널 운영업체는 사실상 다른 업체 인수나 새로운 터미널 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빅 4의 입지는 앞으로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COSCO가 5위 그룹으로 진입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업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하는 엄청난 규모의 터미널 인수·합병작업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적지 않은 M&A가 일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에 따라 해상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 터미널의 시설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컨테이너 터미널이 지속적으로 높은 이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 등 물류 기업이 아닌 투자은행 등이 항만 터미널 인수에 나서는 것도 안정적인 수입 확보뿐만 아니라 자산 가치를 높여 되파는 경우 향후에 추가적인 수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선사의 경우 소수의 GTO가 세계 터미널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하주에 대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컨테이너 터미널 인수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도 향후 추가적인 M&A를 촉발시킬 수 있는 요인의 하나다.
중국의 코스코나 차이나쉬핑이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 터미널 확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편, 4대 GTO가 당분간 과점체제를 구축, 세계 컨테이너 터미널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2010년경에는 중국의 코스코 그룹(코스코 퍼시픽)이 선두주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드류리가 펴낸 ‘2005년 글로벌 터미널 운영업체 분석’에 따르면, 코스코의 경우 2010년까지 연평균 13%가 넘는 경이적인 처리능력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회사가 2010년에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3,290만TEU 정도다.
아울러 아직 GTO 반열에는 들어 있지 않으나 중국의 최대 항만인 상하이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 상하이 국제항만그룹(SIPG)의 향후 동향에 대해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SIPG는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가 마무리 되는대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해외항만 운영사업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고 최근 밝혔다.
실제로 SIPG는 최근 AMP가 벨기에의 지부르게에서 운영하고 있는 터미널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는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디피 월드는 해외 항만 확보에 적극
한편, 우여곡절 끝에 영국의 피앤오 포츠를 인수, GTO 4강 체제를 구축한 두바이의 디피 월드는 최근 들어 자사 및 자회사인 피앤오 포츠를 통해 세계 항만 개척에 주력하면서 글로벌 터미널 운영업체로서의 지위를 더욱 굳히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3월 미국의 일부 의원과 여론에 밀려 피앤오 포츠가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던 컨테이너 터미널 6곳을 인수하는데 실패했으나 최근 미국 플로리다 주 탬파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계약을 체결함으로서 미국에 다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 했다.
특히 디피 월드는 올해 들어 톈진 오리엔트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사업에 5억달러를 투자함으로써 그 동안 비중국계 물류 기업에게는 사실상 참여가 허용되지 않았던 중국의 터미널 운영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디피 월드는 새로운 경제 성장 권역으로 평가되고 있는 파키스탄과 동유럽, 남미 등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으면서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디피 월드는 지난 7월 과다르(Gwadar) 지역에 심수 항만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앞으로 파키스탄의 물류 인프라 개발 및 자유무역지대 건설 등에 모두 100억 달러를 투입, 이 지역 물류시장 장악에 나섰다.
또한 터키, 인도는 물론 페루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지역에서 컨테이너 터미널을 인수하거나 개발에 나서는 등 왕성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글로벌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업체의 구도변화에 따라 앞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첫째, 대형 터미널 운영업체들이 세계 주요 터미널 운영에 나섬에 따라 서비스 균질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둘째, 컨테이너 터미널이 물류 기업은 물론 일반 투자사 사이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부각된 점 등은 긍정적인 효과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그러나 상위 업체가 시장을 사실상 과점체제로 몰고 감에 따라 향후 터미널 이용료(THC 등)의 인상뿐만 아니라 넷째, 공정한 서비스 경쟁을 왜곡하는 부정적 영향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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