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14 11:05

여울목/ 동북아허브항, 하역장비 현대화가 견인한다

우리정부는 국내 항만이 동북아 허브항으로 성장토록 항만노무자의 상용화 추진, 항만부두공사 설립을 통한 경쟁력있는 항만운영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신항만 개발 등 항만시설 확충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항만들이 하역장비 현대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항만은 이에 대한 투자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해운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의하면 항만하역장비 현대화 추진은 해상운송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선박 대형화 추세가 확대되면서 선박의 재항시간을 줄이고 서비스의 정시성을 확보하려는 선사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는 지역 허브항만을 겨냥한 주요 항만들의 전략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항만들은 하역장비 현대화에 대한 투자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어서 이의 개선이 화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 항만에는 27기의 컨테이너 크레인이 도입됐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태풍 피해를 입은 신감만, 자성대 부두의 장비 교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광양항 등 신규 개발부두의 장비설치에 한정돼 있다. 동북아 허브항을 놓고 우리 항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중국, 일본, 대만의 주요 항만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략적으로 항만 하역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내 컨테이너 터미널들은 아시아 경쟁항만에 비해 선석 당 크레인 수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싱가포르, 선전항, 탄중펠레파스항에 비하면 부산항의 선석당 크레인수는 상당히 부족한 형편이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항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해운전문가의 분석이다. 유럽 항만들은 터미널 임대계약을 할 때 장비투자 계획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장비에 투자하는 업체에게는 임대료를 대폭 감면해 준다. 따라서 터미널 운영업체는 장비투자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항만장비 도입 시 3%의 투자세액을 공제해주고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감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센티브로 터미널 업체의 투자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운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국내 터미널들은 장비투자보다는 있는 자원을 가지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해 왔다는 것이다. 국내 항만의 경쟁력을 제고키 위해선 시급히 터미널 운영업체들이 장비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하역장비 현대화기금과 금융지원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유럽의 경우처럼 하역장비투자가 터미널 운영업체의 이익으로 귀속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해운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터미널 운영업체의 이익으로 나타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선사와 하주의 이익을 확대하고 결국 우리나라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중심국이 되기 위해선 중국, 일본 등 경쟁항만의 전략을 직시하고 항만하역장비 현대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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