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17 16:03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 = 북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관광특구 연내지정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출범 3년을 갓 넘긴 금강산 관광사업의 `잠정중단' 위기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아산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위기에 빠진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리기 위해 15일까지 관광특구 지정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계획이었으나 북측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따라 금강산 관광사업은 정부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내년초 잠정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 관광사업 위기와 원인 = `분단 50년의 장벽을 허문 역사적 대사건' 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시작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당초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에 엄청난 적자만 남겨준 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유람선 3척과 쾌속선 1척 등 총 4척의 배가 동원되면서 한때 순항하는 듯 했으나 관광객 수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 결국 잠정중단 위기에까지 이르게 됐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실패한데는 관광객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강산 관광사업 초기 사업자인 현대상선은 사업시작 당시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을 모집한다는 계획이었으나 3년을 통틀어서도 50만명을 모집하지 못했다.
특히 올 겨울들어 관광객이 1항차당 평소의 절반인 200∼250명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12월 배편이 몇차례 결항 된데 이어 내년부터는 배편이 대폭 축소운영될 전망이다. 관광객 부족과 함께 관광특구 지정 지연도 금강산 관광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아산은 관광특구라는 지렛대를 이용, 현재의 위기를 넘어보려 했으나 북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광사업 향후 전망 = 관광특구가 조기에 지정되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잠정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인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금강산 뱃길은 내년 1월중이라도 끊길 수 있다.
현대아산은 이와관련 "현대아산의 자력만으로는 내년 1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관광특구가 조기에 지정되지 않더라도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 관광사업은 축소운영을 통해 1월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당국은 현재 금강산 관광사업 잠정중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관광특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이 잠정중단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관광특구 문제도 잘 풀릴 것이고, 그러면 금강산 관광사업도 자연스럽게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단체의 금강산 살리기 캠페인 =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위기에 처하자 시민단체들이 이 사업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경실련 통일협회,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연대,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2일 서울에서 `금강산을 사랑하는 범국민연대'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해 나가는 한편 중국과 일본, 러시아, 동남아 국가의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금강산 관광가기 캠페인을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금강산 관광사업을 현대만의 문제로 단순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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