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3 09:59

제2의 도약기 맞는 중국

⑤印尼의 중국열풍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 특파원= 세계무역기구(WTO)에 편입된 중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맹주국 인도네시아의 최대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WTO 가입에 따른 세계 무역시장 진출 범위의 확대는 인도네시아의 기존 노동집약적 상품 시장의 잠식과 함께 양국간 협력 증진이라는 두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향후 경제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도전세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을 `제로섬 게임'이 아닌 `윈윈'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브루나이 아세안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7일자카르타를 방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대통령과 회담에서 양국간 경제협력을 확대키로 합의한데 대해 크게 고무돼 있다.
주 총리가 재정 지원과 함께 본토 은행의 인도네시아 진출, 가스전 공동 개발 등을 약속함에 따라 몸집이 더욱 비대해질 것이 분명한 `공룡'과 상생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중국의 WTO 가입을 마냥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비교우위의 상품 개발 확대와 부실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 가속화, 부정부패 척결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급성장은 자원이나 연료에 대한 수요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액화천연가스(LPG)와 각종 지하자원의 중국 본토 수출을 확대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해외 투자 유치와 국가 경쟁력 강화에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구조조정 지연과 정치권 및 관료조직의 부정부패 관행도 현실적인 국가 생존의 위협 앞에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관광산업도 중국의 대외 개방 확대 및 경제력 신장으로 상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인 비자 발급 요건을 대폭 간소화하고 중국어 통역자를 크게 늘리는 한편 국가 차원의 홍보전략을 강화할 경우 세계 최대 인구의 중국인 여행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WTO 가입에 따른 긍정적인 기대효과는 대부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가능한데 반해 단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해외 투자 유치 감소와 실업난 가속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과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최근 해외 투자가 대부분 중국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WTO의 가입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외국 기술과 투자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은 높은 노동 생산성과 저임금, 유연한 노사관계를 발판으로 그동안 아시아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미국 등지로 확대할 경우 인도네시아의 주력 산업인 섬유 및 의류 분야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 뻔하다.
인도네시아섬유협회(API)는 중국 의류 및 섬유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해마다 급증해 2006년까지 38%에 달하는데 반해 인도네시아의 점유율은 현재보다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베니 수트리스노 API회장은 최근 중국의 WTO 가입과 세계 경제침체, 국내 전기료 및 연료비, 수송비 증가로 인해 금년도 섬유 수출은 작년 82억달러보다 25% 감소한 61억5천만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섬유수출 부진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져 수출규모는 금년보다 20%까지 줄면서 전체 120만명의 노동자중 최소 10만명 이상의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발 및 완구, 피혁제품 분야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외 수입 주문이 중국으로 옮겨가는데다 최저임금 급증과 잦은 노사분규로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당장 생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수출시장 보존과 비교우위 제품 개발 확대, 협력강화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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