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이 지난해 10분의 1 토막 난 영업이익을 받아 들면서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매출액 1조 클럽은 5곳에서 3곳으로 줄었고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긴 곳은 8곳에서 3곳으로 급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국적 컨테이너선사 14곳이 거둔 매출액은 16조5883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50% 감소했다. 국내 컨테이너선사 매출액은 2021년 24조7589억원, 2022년 33조5012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반 토막 났다. 영업이익은 2022년 15조3232억원에서 지난해 6962억원으로 95% 곤두박질쳤다. 14개 선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를 기록, 2022년의 46%에서 크게 축소됐다.
고려해운, 영업손실에도 39년 연속 순익 흑자
HMM은 지난해 매출액 8조2304억원, 영업이익 5647억원, 순이익 1조254억원을 각각 냈다. 매출액은 55%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4% 90% 급락했다. 2년 연속 54%에 이르던 영업이익률은 7%로 급전직하했다.
20피트 컨테이너당 평균운임이 2022년 2881달러에서 지난해 972달러로 66% 급락하면서 실적 침체를 이끌었다. 2019년 779달러였던 이 회사 평균운임은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 1007달러로 오른 뒤 2021년 2567달러, 2022년 2881달러로 급등했다. 2022년 운임은 2019년 대비 3.7배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특수가 진정되면서 운임도 동반 하락했다. 코로나 이전 시기에 비해서 하락 폭이 적었다는 건 그나마 위안거리다. 물동량은 2022년 368만TEU에서 지난해 378만TEU로 3% 성장했다. 물동량만 놓고 보면 플러스 성장을 일궜다.
같은 해 고려해운은 매출액 2조4944억원, 영업이익 -412억원, 순이익 1024억원을 신고했다. 매출액은 49%, 순이익은 9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적자를 냈다. 다만 적자 폭은 2008년의 15억원에서 크게 늘어났다.
고려해운은 영업이익 적자에도 2.4배 늘어난 1275억의 이자 수익을 거두면서 연속 흑자 햇수를 39년으로 늘렸다. 이 선사는 1985년 이후 플러스 당기순이익을 놓치지 않고 있다.
장금상선은 매출액 1조9019억원, 영업이익 1469억, 순이익 3880억원을 거뒀다. 매출액은 39%,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7% 80% 하락했다. 상위 5개 선사 중 매출액 감소율이 가장 낮다는 건 고무적이다.
흥아라인은 매출액 9714억원, 영업이익 1114억원, 순이익 1342억원을 보고했다. 매출액은 40%,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80% 안팎으로 하락했다. 다만 매출액 감소율을 줄이면서 SM상선을 제치고 순위를 4위로 한 계단 끌어올렸다.
SM상선은 매출액 7308억원, 영업이익 -1666억원, 순이익 -1143억원을 냈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액은 66%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SM상선이 적자를 낸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적자 폭은 4년 전 -355억원 -533억원에서 2배가량 확대됐다.
남성해운은 매출액 6020억원, 영업이익 -245억원, 순이익 -2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6%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시에 적자를 낸 건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신규 항로 진출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반면 남성해운 자회사인 동영해운은 24% 감소한 2261억원의 매출액과 83% 감소한 161억원의 영업이익, 79% 감소한 18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재정을 일궜다. 영업이익 규모는 중소형 선사 중 한성라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매출액 감소 폭을 최소화하면서 순위도 2022년 11위에서 지난해 9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국적선사 전체 매출액 34% 영업이익 79% 하락
천경해운은 지난해 매출액 3795억원, 영업이익 45억원, 순이익 84억원을 냈다. 매출액은 27%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90%를 웃도는 감소율을 보였다. 팬오션 컨테이너선 부문은 매출액 3658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거뒀다. 2022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열었던 천경해운과 팬오션은 1년 만에 급격한 실적 감소를 맛봤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이익 폭이 높다는 건 그나마 긍정적이다.
동진상선은 매출액 2091억원, 영업이익 129억원, 순이익 223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85%, 순이익은 77% 감소했다. 2022년에 국적 컨테이너선사 유일하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시에 배증하는 성과를 냈지만 1년 만에 큰 폭의 실적 하락을 신고했다.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어선 건 고무적인 대목이다.
범주해운은 매출액 1949억원, 영업이익 19억원, 순이익 133억원을 각각 거뒀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액은 40%, 영업이익은 98%, 순이익은 86% 각각 뒷걸음질 쳤다. 매출액 감소 폭이 커지면서 순위도 2022년 9위에서 11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한성라인은 매출액 1136억원, 영업이익 435억원, 당기순이익 538원을 각각 일궜다. 매출액은 20%, 영업이익은 22%, 순이익은 3% 감소했다. 외형과 이익 통틀어 국내 컨테이너선사 중 감소율이 가장 양호하다. 특히 순이익 하락 폭을 한 자릿수 초반으로 막았다는 건 괄목할 만하다. 매출액 순위도 2년 만에 다시 12위를 회복했다.
태영상선은 1091억원의 매출액과 50억원을 웃도는 영업이익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매출액은 24% 줄었고 이익 폭은 70%를 웃도는 감소율을 보였다. 두우해운은 매출액 587억원, 영업이익 121억원, 순이익 112억원을 보고했다. 매출액은 22%, 영업이익은 45%, 순이익은 38% 감소했다. 이익 감소율이 80~90%에 이르는 경쟁 선사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란 점은 긍정적이다.
실적 부진으로 지난 2022년 전체 국적선사 매출액의 55%를 담당했던 컨테이너선사 매출액 비중은 지난해 42%로 떨어졌고 영업이익 점유율은 79%에서 17%로 고꾸라졌다. 지난해 119개 국적선사가 거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9.8조원 4조원을 기록했다. 2022년의 60.2조원 19.2조원에서 매출액은 34%, 영업이익은 79% 감소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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